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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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이 진정한 원뱅크로 거듭나며 리딩뱅크(선도은행)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옛 하나·외환은행의 전산 통합과 영업점 인력 교류 등 물리적 결합에 이어 노동조합 통합이라는 화학적 결합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낸 덕분이다.

KEB하나은행은 핀테크(금융+기술) 발달로 은행 업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상품 출시 등 비(非)대면 채널 경쟁력을 높이고 은행과 비은행 간 협업을 강화해 자산관리와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등 눈에 보이는 통합 시너지가 나오고 있다.

외형 키우고 내실 다지고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옛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출범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총자산 328조원, 임직원 수 1만5000여명의 외형을 갖췄다. 지난해 9월 통합 은행으로 출범할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통합으로 자산 규모(지난해 9월 기준 299조원)와 해외 지점(20곳) 1위 은행으로 올라서면서 메가뱅크(거대은행)의 장점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핀테크 확산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갑자기 커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경쟁 은행에 비해 뒤진 각종 재무지표 개선은 당면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 통합은행장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서로 다른 강점과 문화를 가진 옛 하나·외환은행을 하나로 결합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일단 옛 하나·외환은행 전산 통합에 착수했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외환은행 법인을 하나로 통합했지만 전산 시스템이 달라 창구 업무는 이원화를 유지해왔다. 소비자들은 각 영업점에서 같은 업무를 볼 수 없었다.

KEB하나은행은 직원 1400여명을 여·수신, 외국환, 재무회계, 투자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전산통합 작업에 투입했다. 덕분에 은행권 전산 통합 기간 중 가장 짧은 9개월 만에 통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전산 통합으로 옛 하나·외환은행과 거래해온 소비자는 전국 900여개 KEB하나은행 모든 영업점에서 같은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영업점 직원 교차 발령을 통해 옛 하나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 업무와 외환은행의 장점인 외국환·수출입 업무 노하우도 공유하도록 했다. 소비자에게 폭넓은 자산관리·기업금융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물리적인 통합을 다양한 신규 서비스와 상품 출시의 계기로 삼았다. 전산 통합을 바탕으로 문화, 조직, 각종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계열사 간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국내 외국환 업무(수출입·환전·송금)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7월 말)를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 의료 관광 특화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통합 시너지로 제2 도약

지난달에는 옛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에도 둘로 쪼개져 있던 KEB하나은행의 양 노조가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이전까지는 노조가 따로 운영되다 보니 임금 및 직급체계는 물론 복지 시스템도 두 개여서 조직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조 통합 문제까지 매듭지으면서 KEB하나은행은 명실상부한 원뱅크가 됐다. 함 행장은 “노조 통합을 계기로 직원 간의 실질적인 감성 통합을 이뤄 영업력을 집중하고 각종 제도를 단일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은 7990억원으로 전년 동기(7429억원) 대비 7.6% 증가했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작년 6월 말 1.33%에서 올 상반기 말 1.17%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41%로 통합 직전보다 0.11%포인트 높아졌다.

은행권에서는 올 하반기 이후 KEB하나은행의 실적 개선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산 통합 이후 영업에 힘을 쏟고 있는 데다 영업점 통폐합 등으로 중복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돼서다. 영업점 개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만 약 3000억원(통합 후 3년 기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성과주의 문화도 빠르게 정착해 나가고 있다. 올 하반기 정기인사에서는 전체 승진자의 75%를 영업현장 직원으로 채웠다. 승진 연한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영업 성과가 탁월하면 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승진시키기도 했다.

함 행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전 직원의 프라이빗뱅커(PB)화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인력을 각 영업점에 배치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자산가 고객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반도 단단히 다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2% 수준인 글로벌 사업 비중을 2025년까지 4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도와 멕시코 등으로 해외 채널을 넓히고 있다. 중국 리스업과 재보험 시장에 간접 진출하는 등 해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업무 방식과 조직 시스템이 모두 현장 중심으로 바뀐 것이 지난 1년간의 가장 큰 변화”라며 “각 직원이 은행을 대표하는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