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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고임금 귀족노조] 연봉 1억 귀족노조도 유모차 계속 타게 놔두는 '낡은 노동법'

입력 2016-10-05 17:51:41 | 수정 2016-10-06 02:43:04 | 지면정보 2016-10-06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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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보호에 치우친 노동법제…사용자는 속수무책
금융·공공부문 파업으로 지난 7~8월에만 근로손실일수(파업참가자 수×파업시간/하루 8시간)가 98만일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총 근로손실일수는 105만9000일로 이미 지난해(44만7000일)의 두 배를 넘어섰다. 최근 10년래 최대 수치다. 이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반발해 공공·금융부문 파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례행사’가 된 파업 관행은 기울어진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반영하지 못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이 사실상 노조의 파업권을 무제한적으로 보장하고 사용자는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다 보니 노조가 ‘최후 투쟁수단’이어야 할 파업을 ‘상시 투쟁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본래 노조법의 취지는 산업화 시대에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었다”며 “기득권 노조의 파업은 과거에 약자였다는 이유로 성인이 돼서도 노동법이라는 유모차를 계속 타고 다니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1) 너무 쉬운 파업 몇차례 교섭후 노동委 조정 거치면 파업권

노조법은 당사자 간에 더 이상 합의의 여지가 없는 때에 한해 쟁의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실상은 다르다. 파업을 기정사실화해 놓은 노조가 몇 차례 형식적인 교섭 후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만 거치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총연맹 차원의 연간 파업, 시기집중 파업, 총파업 투쟁 등이 자주, 쉽게 벌어지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원들이 파업을 휴가쯤으로 여기기도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노조가 9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예전처럼 대규모 집회는 찾아보기 어렵고 노조원들이 콘도 등에 모여 있거나 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노조원 사이에선 ‘때아 닌 휴가’ ‘힐링 파업’이란 얘기도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가 사측에 대응할 수 있는 최후수단이 파업이라는 법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2) 대체근로 금지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도 장기파업 이어져

한국의 노조법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사용자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거나 하도급·파견 등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일정 부분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사용자에게 조업을 계속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파업 불참 근로자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2006년 노조법 개정으로 지정된 필수공익사업장 제도(대체근로 일부 허용)도 파업 장기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장 전체가 지정 대상이 아니라 노사 협의를 통해 또는 노동위원회가 업무별로 대체비율을 정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철도사업장에서는 화물운송과 차장(승무원) 업무가 필수유지 분야가 아니어서 노조가 저강도 파업을 벌이면서 장기 압박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3) 사업장 점거 용인 안전시설 외에는 모두 점거해도 된다는 法

노조의 단체행동은 본질적으로 집단성을 내포하고 있어 어느 정도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노조법도 적법한 단체행동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노조법이 안전시설을 제외하고 직장 내 점거파업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사업장 점거를 보장해주니 대부분의 쟁의행위는 사업장 안에서 이뤄진다. 회사 측이 비노조원을 생산라인에 투입하려 해도 노조원에게 막힐 수밖에 없다.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과보호하면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이나 조업권 등 경영권의 본질은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장은 “노조의 지나친 요구가 관철되는 가장 큰 이유가 대체근로 금지 규정에 있다”며 “회사 경영권도 헌법상 사업주가 사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도록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4) 단협 2년만 유효 노사협상 줄다리기로 잦은 파업 빌미

‘단체협약에는 2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할 수 없다’는 노조법 제32조도 재계가 꼽는 ‘독소조항’이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은 단체교섭 주기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는다. 일본은 3년이다.

한국에서는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다보니 노사가 매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싸고 교섭과 집단행동을 되풀이한다. 대기업 노조는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확보한 쟁의권을 상급단체와 연대해 대정부 투쟁에 활용하기도 한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처벌하는 노조법 제81조도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으로 지적된다. 부당노동행위 금지 규정이 힘의 우위를 가진 한쪽으로부터 다른 한쪽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면 경영권을 침해하는 거대 노조의 횡포도 처벌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미국 노동관계법(NLRA)은 힘의 우위를 남용해 상대방에게 강압적 행위를 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이나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은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백승현 기자/최종석 노동전문위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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