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가뭄’에 시달려온 삼성중공업이 올해 첫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침체에 빠진 조선업의 회복 여부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선박건조 계약이 줄고 해양플랜트 수주는 전무한 상태지만 인원 감축과 원가 절감 등으로 실적은 개선세다. 앞으로 업황이 살아나고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체질을 바꿔놓은 종목들의 주가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주 '턴어라운드 키' 잡나
◆삼성重, 첫 수주로 턴어라운드 동참

조선주 '턴어라운드 키' 잡나
삼성중공업은 30일 1.85% 오른 9370원에 장을 마쳤다. 유럽 선주로부터 42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는 발표에 오전 한때 8% 넘게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첫 계약 소식에 외국인(17억원)과 개인(100억원)의 순매수가 몰렸다.

업황 부진에 수주 소식이 없는 데다 유상증자를 하면서 삼성중공업 주가는 지난 5월 7000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유상증자로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평가에 신규 수주 소식까지 나오면서 주가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조선주 '턴어라운드 키' 잡나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수주잔액 급감 상태는 이달부터 본격 반전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으로 조선업종 내 최대 신규 수주의 결실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LNG선을 포함해 올해 43억달러(약 4조7000억원)의 신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모잠비크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와 단독으로 참여한 인도 게일(GAIL)사의 LNG선 입찰 등이 연내 성사되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 후 경쟁력 개선 기대

아직 회복세는 미약하지만 조선업종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길어진 조선업황 부진 속에 경쟁력 있는 조선소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전 세계 612개이던 조선소가 올 9월 기준 426개로 줄었다”며 “이 중 올해 인도량이 없는 조선소가 50곳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소 절반 이상이 올해 신규 수주가 ‘0’인 상황이어서 기존 수주 물량을 인도하는 내년 말 이후 살아남을 조선소가 가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상승 움직임도 조선주에 호재다. 2014년 말 이후 시작된 저유가 추세에 발주처들이 해양플랜트 인수를 늦추거나 계약을 취소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선업종 대장주 현대중공업은 불황 속에서 이룬 수익성 개선으로 올 들어 주가가 57.18%(30일 종가 13만8000원) 뛰었다. 이달에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목표주가를 올렸다. 최고가는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19만원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주 회복이 느리게 이뤄지고 있지만 2018년까지 발주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업황의 회복 속도를 감안해 주가가 조정받는 시기를 노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