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캠퍼스 좌초에 무력감"…유기풍 서강대 총장 전격 사의
유기풍 서강대 총장(사진)이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자신이 추진해온 남양주캠퍼스 프로젝트가 학교법인 이사회의 반대로 좌초되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 총장은 29일 서강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적극적 대처 방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총장으로서 한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며 “총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남양주 캠퍼스는 융합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서강대가 2013년부터 설립을 추진 중인 제2캠퍼스다.

그는 “서강대가 개교 이후 최대 혼란과 위기”라며 그 원인으로 재단 이사회 및 한국예수회를 지목했다. 유 총장은 “(남양주 프로젝트가) 예수회 신부가 과반수인 이사회의 결정이었음에도 예수회가 스스로 뒤엎었다”며 “예수회는 남양주캠퍼스 반대에 대해 재정 부담을 핑계로 삼았지만 기본적으로 변화·개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법인 이사회는 유 총장의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측 대변인인 유신재 서강대 소통TFT위원장은 “이사회와 상의 없이 사퇴를 발표해 유감스럽다”며 “법인 이사장은 유 총장의 사퇴서를 받는 즉시 반려할 것”이라고 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양주캠퍼스 등 현안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이사회의 주장이다. 이사회는 “예수회의 이사회 비율을 3분의 1로 줄이고 정제천 한국예수회 관구장도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 총장이 사임한 것은 지난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 이후 “더 이상 이사회를 설득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이사회에서 유 총장은 이사회 개혁 등을 주장하며 총장직에서 사퇴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으나 주요 안건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