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원조' 블랙베리의 날개없는추락
스마트폰 시장의 개척자로 불리던 블랙베리가 자체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블랙베리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 등에 밀리며 고전해왔다. 한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사용해 ‘오바마폰’으로도 불렸지만 경쟁에 뒤처지면서 몰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부문 내 하드웨어 개발을 모두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외주 생산하고, 솔루션과 앱(응용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첸 CEO는 “블랙베리는 더 이상 스마트폰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휴대폰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블랙베리가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에 밀려 다른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베리가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 못했고 실리콘밸리의 경쟁자들에 눈길을 두지 않다가 금세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블랙베리는 2003년 처음 자체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컴퓨터 자판과 배열이 같은 ‘쿼티(QWERTY)’ 키보드 등을 장착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폰을 내놓고 앱 생태계를 확대하면서 시장 판도가 기울기 시작했다. 블랙베리는 앞으로는 보안 솔루션과 앱 개발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등에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블랙베리가 실적이 좋지 않은 단말기 사업을 과감하게 축소하는 대신 돈이 되는 미래 소프트웨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