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는 육군 제36보병사단 장병 770여명이 모였다. ‘금난새와 군이 함께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힐링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지휘자 금난새 서울예고 유스심포니 음악감독(한경필 음악감독)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주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공연에선 금 음악감독이 이끄는 유스심포니와 뉴월드필하모니가 협연했다. 청중이 군 장병인 만큼 엘가의 ‘서주와 알레그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 생동감 넘치고 웅장한 곡을 연주했다.

고등학생들로 이뤄진 유스심포니는 성인 못지않게 현란하면서도 기품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장병들은 유스심포니의 시범 연주만 듣고도 함성을 질렀다.

구원근 36사단장은 “우리 부대가 클래식 초청 공연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쉼없이 돌아가는 군생활 중 장병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업체인 에트로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학군단(ROTC) 15기로 군복무를 마친 이충희 대표는 오랜 시간 군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 대표는 군부대와 회사를 자매결연하는 ‘1사1병영’ 프로그램을 통해 15사단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다른 사단 군인들이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에트로가 장병들에게 문화 체험 기회를 준 것은 클래식 공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에트로와 1사1병영 결연을 한 장병들을 위해 35점의 미술작품을 제공했다. 에트로 본사 백운갤러리에 소장된 500여점의 장품 중 김환기 한미키 이우환 등 유명 작가의 판화와 회화 작품 등을 내준 것이다. 장병들을 위한 에트로의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대표는 6개월 마다 작품을 바꿔 걸겠다는 장병들과의 약속을 지키기도 했다. 김기창 화백의 판화, 독도를 추상화로 표현한 이종상 화백의 작품 등 58점의 새 작품이 부대 분위기를 한껏 밝게 했다.

이 대표는 “15사단, 육군 1군사령부 외에 다른 부대에서도 계속 그림을 전시할 계획”이라며 “클래식 공연을 비롯해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통해 국군 장병들을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