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데이(호주),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세계 남자골프계를 지배하고 있는 ‘빅4’다. 강력한 장타, 컴퓨터 쇼트게임 등 화려한 골프쇼를 펼쳐내는 이들 뒤에는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와 ‘구름 갤러리’들이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TV 중계가 아니고서는 이들의 스윙을 직접 감상할 기회가 없다. 내년부터는 CJ그룹이 국내 최초로 신설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세계 최강 골프 스타들의 버디쇼를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국내에서 일찍부터 열려왔다. 2002년 시작한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이 올해로 15년째다. 하지만 프로들의 ‘꿈의 무대’인 PGA 투어는 열린 적이 없다. 지난해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 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도 24명의 선수만 출전한 이벤트 대회였다.

한국은 PGA 투어를 열 능력이 있는 국가로 분류돼왔다. 최경주(46·SK텔레콤) 양용은(44) 배상문(30) 노승렬(25·나이키) 김시우(21·CJ대한통운) 등 5명의 PGA 챔피언을 배출한 골프 강국이다. 여기에 국제 규격을 갖춘 골프장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대회 경비와 침체된 국내 남자골프 투어다. PGA 정규 투어 상금 규모가 1000만달러(약 11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회 개최에는 약 200억원이 든다는 게 골프업계의 정설이다. 60억~80억원 정도가 필요한 LPGA 대회의 2~3배 규모다.

2001년부터 매년 LPGA 투어를 국내에서 열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상금과 초청료, 골프장 사용료 등으로 70억원 정도를 쓴다. 상금 규모는 남자대회가 훨씬 크다. CJ그룹이 단일 행사에 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을 ‘신선한 충격’으로 골프계에서 받아들이는 이유다. 10년간 대회를 개최하는 장기 계약에 합의한 것도 파격적이다.

CJ그룹도 PGA 투어 대회 개최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금 규모가 클수록 톱랭커 참가율이 높기 때문에 대회가 크게 주목받는다”며 “이로 인한 브랜드 노출의 경제적 효과는 기업이 골프대회를 열기 위해 투입하는 금액의 10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관우/최진석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