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법정에 서는 CO₂
마이클 크라이튼 소설 《공포의 제국》에 인공 쓰나미 얘기가 나온다. 극단적인 환경론자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거대한 쓰나미를 발생시킨다. 기상 이변이 생겨야 사람들이 공포에 빠지고 환경단체 기부금이 늘며 자신들의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사람들을 또 다른 축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영화 ‘워터월드’도 지구온난화로 인류 문명이 파괴되는 모습을 다뤘다. ‘투모로우’는 남북극의 영구빙이 급속히 녹아 빙하기가 닥치는 상황을 그렸다. 현실에서도 기후변화의 위험을 강조하는 캠페인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경을 매개로 한 ‘공포 마케팅’의 주역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CO₂)다. 1992년 리우회의부터 1997년 교토의정서를 거쳐 지난해 말 파리 기후변화 협약까지 모두 CO₂ 감축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많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기온은 마냥 오르거나 내리는 게 아니라 적정 선으로 수렴한다. 과거 여덟 차례의 빙하기·간빙기를 거치면서 기온은 주기적으로 오르내렸다. 지난 1500년간의 변화폭이 5~8도였다. 지구 기후는 뿐만 아니라 태양과 대기, 해양, 지표면, 빙원, 지구생물권 등 무수한 요소로부터 영향을 주고받는다. 해수면 상승 요소의 70%는 수온상승에 따른 물 부피팽창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온난화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견해도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나 아라비아 반도 등의 사막에 계절풍이 불면서 강수량이 풍부해지면 아프리카에 숲과 농토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CO₂에 대한 편향적 인식은 강고하다. 이미 정치 이슈로 변해버렸다.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이거나 수소·핵융합 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의견은 ‘원전 반대’ 구호에 파묻힌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값싼 화석연료를 써온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탄소배출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주도하며 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덤볐지만 여전히 논란은 많다. 오바마는 2030년까지 발전소 탄소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며 930억달러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미 상공회의소는 매년 510억달러의 손실에 2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로 그 논란의 파리 기후협약이 미국서 법정에 서게 됐다고 한다. 환경공포는 과장이며 미국 정부의 조치는 위헌이라는 게 쟁점이다. 세기적인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