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 율곡로에서 종로3가역(지하철1·3·5호선)과 탑골공원으로 이어지는 돈화문로 삼일대로 등이 ‘걷고 싶은 길’로 리모델링된다. 이를 통해 서울 도심 한복판인데도 상권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낙원동과 익선동 일대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1969년 준공돼 시설이 낡은, 돈화문로 변에 있는 낙원상가 곳곳에 공연무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악기상가가 모여 있는 특성을 살려 건물 하부는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는 음악거리로 꾸미기로 했다. 창덕궁과 종로대로를 남북으로 잇는 돈화문로는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각종 박물관과 전시관을 세울 방침이다.
서울시, 창덕궁 일대 4개 거리 역사·문화 살려 새단장
◆역사자산 활용해 도심 활성화

서울시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을 발표했다. 인사동과 종묘 사이에 있는 종로3가역 주변 낙원동·익선동과 돈화문로, 삼일대로, 서순라길 등 창덕궁과 종로대로를 남북으로 잇는 도로가 주요 재생 지역이다. 이 일대에 자리 잡은 창덕궁과 종묘, 낙원상가, 탑골공원, 인사동 등의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해 서울 강남권·여의도권과 차별화한 저층 위주 도심상권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18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돈화문로(조선시대), 삼일대로(구한말~일제강점기), 익선·낙원동(근·현대), 서순라길(현대) 4개 지역을 제각각 담고 있는 역사적 배경에 따라 테마 거리로 조성할 방침이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서 종로3가역을 거쳐 종로대로까지 이어지는 돈화문로는 보행 환경을 대폭 개선한다. 도로를 차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 도로로 지정한 뒤 장기적으로는 인사동길, 명동길 등과 같이 보행 전용 거리로 지정할 방침이다.

창덕궁 인근엔 이달 초 문을 연 국악당을 포함해 민요박물관(10월 개관 예정), 한복체험관 등 전시·문화시설을 조성해 유동인구를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길을 따라 늘어선 저층 상가는 ‘가(街)꿈 가게 지원사업’을 통해 리모델링을 지원한다.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탑골공원을 끼고 있는 삼일대로 일대는 독립운동 기념거리로 조성한다. 탑골공원 원형 복원을 추진하고 3·1운동을 주제로 한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낙원상가, 길거리 공연장 변신

300여개 악기상가를 비롯해 합주연습실 등 음악 관련 시설이 모여 있는 낙원상가는 길거리 공연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낙원상가 옥상부에는 시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옥상공원과 공연 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건물 기둥이 길게 늘어서 통행이 불편한 낙원상가 하부(돈화문로11길)는 조명시설을 개선하고 기존 주차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길거리 공연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한옥 사이로 특색 있는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익선동 지역은 비싼 임대료 탓에 기존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것을 최대한 막을 방침이다.

종묘 서쪽 서순라길은 인근 귀금속 제작·판매업체들과 연계해 공예창작길로 꾸민다. 길을 따라 늘어선 옛 한옥 리모델링과 한옥 신축을 서울시가 지원해 한옥공방특화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종로대로와 맞닿은 귀금속 상가 밀집 지역도 점포 리모델링 사업 등을 지원한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600여년간의 역사가 압축돼 있는 창덕궁 일대를 서울의 명소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