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협업·collaboration)을 확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등 신기술을 선박 건조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빅3’ 조선사는 협업에 인색했다. 선박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술 대부분은 이미 보유하고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관련 부품을 전문업체에 구매하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전형적인 선박을 만들어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현대중공업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영국 자동차 및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와 뉴질랜드 군수지원함을 공동 개발하기로 계약했다. 롤스로이스로부터 군함의 기본 설계와 엔진 부품을 받으면 현대중공업이 선박을 건조하는 식이다. 2020년 인도 예정이다. 군함은 2만3000t급이며 친환경 선박 콘셉트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극한 환경인 남극에서도 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내빙 및 방한장치 등에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롤스로이스가 보유한 엔진 및 설계 기술과 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기술을 더해 기존에 없던 고성능 군함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 건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기업과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세계적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선박(smart ship)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의 스마트 선박 기술에 액센츄어의 디지털 분석 기술, 해운산업 정보를 결합했다. 해상 위험물을 자동 탐지해 충돌을 예방해주는 충돌 회피 지원 기능도 갖췄다.

현대중공업은 올 4월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도 가스터빈 추진 선박에 대한 포괄적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선박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의 로봇 제작 기술과 GE의 의료기기 기술을 합쳐 의료로봇 개발까지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