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선다. 현대차는 올해 노조 파업 장기화로 10만대 이상의 자동차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일부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파업으로 올해 한국의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크게 줄어 12년 만에 ‘글로벌 빅5’(생산량 기준)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하루 1조와 2조 근무자 모두 전면파업을 벌인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노조는 두 조 근무자가 번갈아 부분파업을 했다. 현대차의 평일 근무는 1조 근무자가 오전 6시45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일하고, 2조 근무자는 오후 3시30분 출근해 다음날 0시20분에 일을 마친다.

노조의 이번 전면파업 결정은 추석연휴 이후 처음 열린 지난 23일 교섭에서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 노조의 전면파업은 2004년 이후 12년 만이다.

노조는 27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여섯 시간 부분파업도 벌이기로 했다. 교섭이 열리는 날은 네 시간만 파업한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앞서 협상장에서 “근래 최장 파업 일수로 올해 목표 달성이 힘들다”며 “지진 피해 복구 중인데 (노조가) 자중해야 한다”며 파업 자제를 호소했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하자는 현장 정서도 있지만, 2차 잠정합의안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19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회사 측은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규모를 10만1400여대로 추산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2300여억원에 달한다. 전면파업 등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노사가 파업과는 별개로 이번주 집중 교섭에 나서 잠정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사는 앞서 지난달 24일 임금협상에서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잠정합의했지만 지난달 27일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회사 측은 쟁점 중 하나로 꼽혀온 임금피크제 확대를 내년 협상 안건으로 미뤄놓은 상태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 노조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26일과 28일, 30일 조별로 2~4시간씩 부분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확대 문제가 걸려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달 초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한국GM은 임단협 교섭을 마치고 최종 타결을 봤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파업과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급속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연간 자동차 생산 대수 순위에서 인도에 뒤처지며 12년 만에 ‘글로벌 빅5’에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의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255만1937대다. 같은 기간 인도의 생산량(257만5311대)보다 2만대 이상 적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인도에 뒤진 것은 처음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 자동차 수출이 둔화되고 올 하반기 들어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 연간 누적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인도에 밀려 세계 6위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