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착수] 대우조선 트라우마…'매출 10조 대어' 대우건설 앞당겨 판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조기 매각에 나서는 것은 원금 회수에 집착해 매각 타이밍을 놓치면 중장기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17년째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경영 책임 논란이 확산되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조기 매각이 정상화의 지름길”

최근 대우건설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을 지켜본 산업은행 실무진은 “회사 매각을 서두르는 게 경영을 정상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인 상황에서는 어떤 경영진을 추천하더라도 낙하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의 조기 매각은 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각 가격의 근간이 되는 주가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말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대우건설 지분 37.16%를 2조178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산업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능력과 대우건설 해외 사업 능력 간 시너지를 내면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가 급등할 것”(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2010년 말 1만5000원을 웃돌던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23일 현재 6130원에 머물고 있다. 주가 기준으로 산업은행 보유 지분(50.75%) 가치는 약 1조2900억원으로 매입 원가의 40.3%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더라도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 산업은행이 시간을 갖고 대우건설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했던 이유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 발표한 ‘KDB(산업은행) 혁신 추진 방안’에서 132개 비금융출자회사를 2018년 말까지 집중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우건설의 매각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대우건설 조기 매각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경영을 정상화시킨 출자기업은 투입 원가에 연연하지 않고 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내부에서는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로 매각 시기를 늦춰 회수액을 더 떨어뜨린 사례가 많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면 향후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과 중소·중견기업 지원 자금 등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 경기가 내년 이후 꺾이게 되면 매각 시기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지난달 선임된 박창민 신임 사장에게 회사 매각에 앞서 조직을 정비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매각 작업은 내년 초 시작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유효경쟁이 매각 성사 관건

산업은행이 우선적으로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따져본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1973년 설립된 대우건설은 현대건설과 더불어 1970~1980년대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중동 건설 신화의 주역이다. 올해 건설업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에 이은 4위 업체로 선정됐다. ‘푸르지오’가 대표 브랜드로 2010년부터 7년째 국내 주택 공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인수 후보가 나타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건설회사는 해외 매각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매각 성사는 유효 경쟁입찰 성립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분석이다. 해외 업체가 단독 입찰하면 헐값 매각에 특혜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어 매각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좌동욱/조수영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