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TV 부동산 전문가 현장진단] ③ 박병찬 (주)리얼피에셋 대표 "내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입주 쓰나미'…'주택공급 축소 정책'에 눈멀면 안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8·25 가계부채 관리 대책’ 영향으로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먼저 닥칠 주택 공급 과잉 문제는 무시한 채 뒤늦은 주택 공급 감소 정책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최악의 엇박자다.

8·25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분양시장 과열을 완화시키고 주택시장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집단대출 심사와 요건 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량을 감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 공급 조절을 가미한 것은 처음인데, 이는 주택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면 중도금 집단대출 등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의도는 규제책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이를 마치 ‘호재’로 인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책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주택 공급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받아들이면서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가격 상승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되레 증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책은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규제책이 아니라 ‘황당한’ 부양책이 된 꼴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의 반응은 합리적인가. 8·25 대책이 주택 공급 물량 축소를 선택한 만큼 향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심리를 갖는 게 올바른 판단일까. 아니라고 본다.

현 시점은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쏟아지는 입주물량, 폭발적으로 증가할 단기 입주물량에 대비해야 할 때다. 2000~2014년 연간 평균 아파트 분양 물량은 26만가구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분양 물량은 두 배에 이르는 52만가구에 달했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50만가구 안팎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물량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양은 예견된 예비 공급이고, 이에 따른 입주는 실질적 공급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분양 후 입주까지의 기간이 2년~2년6개월 정도이므로 2015~2016년에 집중된 막대한 분양 물량은 2017~2018년 입주 물량으로 시장에 공급된다. 당장 1~2년 안에 유례없이 많은 공급 물량이 쓰나미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3년 뒤부터는 공급이 감소한다는 대책에 웃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경기가 좋고 산업과 경제 전반의 성장세가 뒷받침된다면 단기적으로 급증하는 공급 물량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소화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돼 있고, 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경제 성장동력도 없다.

매수자는 빚을 내지 않고선 주택을 마련할 수 없는데 가계 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구매 동력은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그 타이밍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은 조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시점에서 아파트를 구입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실거주 목적이라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단 가급적 신규 아파트 분양권을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10~15년 이상 된 기존 아파트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유는 신규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정상 범위보다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용 60㎡ 안팎의 새 아파트 매매가격이 주변 기존 아파트 전용 100㎡ 안팎의 매매가보다 비싼 곳이 태반이다. 심한 경우 소형의 전세보증금이 주변 중대형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격보다 비싼 곳도 있다.

분양시장과 입주시장의 분위기가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예견된 공급과 실질적 공급에 대해 우리가 체감하는 온도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분양으로 인해 공급될 물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공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분양시장의 호조세에 동참하기보다는 2017년과 2018년의 조정세를 대비하는 방어적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