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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인류의 전략적 선택, 결혼

입력 2016-09-23 17:17:28 | 수정 2016-09-23 17:17:28 | 지면정보 2016-09-26 S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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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으로 얻게 되는 만족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신적 만족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만족감은 인간 삶의 질을 매우 높인다.

김민정 < KDI 연구원 kimmj@kdi.re.kr >
최근 익살스러운 문구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광고 중 하나로 결혼정보회사의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광고를 보면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찾아준다는 서비스가 매우 흥미로워 보이는데, 그 서비스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결혼정보회사에 일정 금액을 내고 가입하게 되면, 가입한 당사자는 외모, 직업, 자산 규모 등 여러 항목별로 등급이 매겨진다. 그리고 본인처럼 등급이 매겨진 다른 회원 중, 자신의 취향을 충족시키며 본인과 비슷한 등급을 가진 이성을 결혼상대자로 추천받아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배우자를 찾는 과정은 매우 이성적이고 전략적이기에 묘하게 삭막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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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결혼이라는 관계 맺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본래 전략적인 관계였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의 저서 《고대사회(1877)》에 정리된 결혼 제도의 변천을 살펴보면, 인류가 시대에 따라 결혼을 통해 얻고자 했던 편익의 형태는 각기 다르나 모두 나름의 전략적인 선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시시대에는 보통 집단혼 형태의 사회였다. 집단 내 모든 이성과 혼인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형태였다. 현시대에 통용되는 결혼의 개념으로 비추어본다면 과연 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생존과 종족보존이 최우선되었던 당시 환경을 생각해본다면, 최대한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한 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농업 및 목축 사회로 넘어가면서는 대우혼(對偶婚) 형태의 사회가 생겨났다. 대우혼은 남녀 1 대 1로 혼인의 관계를 맺지만 그 주기가 짧기에 평생 기준으로 본다면 이성 여러 명과 혼인 관계를 맺는 형태가 된다. 이 시기부터 결혼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여성이 주축이 되는 모계사회였다.

모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우혼 관계에 담긴 전략은 농경사회가 발전하며 분업과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겨난 것과 연관이 있다. 이 시기에는 남성이 수렵, 여성이 농업을 담당했다. 신체적 특성상 힘을 쓰고 사냥을 하기에 보다 적합한 남성이 수렵을 담당했고, 생활터에 머무르며 농업을 책임지는 것은 여성이 담당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로 인해 집단 내에서 여성은 경제활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수렵을 통한 식량 공급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고, 주된 식량의 원천은 농사와 채집을 담당하는 여성으로부터 나왔기에 이들의 경제적 지위가 높았던 것이다.

또한 과학적으로 혈육을 증명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족은 농업을 기반으로 축적된 사유재산을 자식에게 상속해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혈육관계를 논할 때, 자녀와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관계는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혈연관계이다. 그렇기에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모계 대우혼이 종족보존과 안정적인 가계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가족구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대사회 이후로는 잦은 전쟁으로 인해 남성의 역할과 지위가 강력해졌고, 남성이 사회 주도권을 잡으며 점차 부계사회로 전환되었다. 이 당시에는 일부다처제가 형성되며 부계 상속이 일반화되는데, 단순히 남성의 권력이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잦은 전쟁은 많은 남성의 목숨을 빼앗아갔고, 사회적·경제적·심리적으로 배우자를 필요로 하는 여성의 수는 남성의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일부다처제는 이러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안정화시키는 전략 중 하나이기도 했다.

중세사회 이후로는 국가적으로 안정된 사회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점차 일부일처제가 성립되었고,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오늘날과 같은 보편적인 혼인제도가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듯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온 인류의 결혼제도는 당시 인류가 접한 상황에서 소속된 집단과 본인의 편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시대의 결혼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개인별 전략적 선택에 기반한 행위로 볼 수 있다. 현시대에는 남녀 1 대 1로 구성된 일반적인 가족 외에도 싱글맘, 싱글대디, 골드미스, 동성애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할지라도, 가족을 구성하기 위해 맺게 되는 결혼 관계의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결혼의 유인들은 감성적 요인은 배제하고 이성적이고 전략적인 요인만을 말하였지만, 사실 결혼을 통해 얻게 되는 만족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정신적 만족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다는 만족감, 사회와 가족에게 의지할 수 있는 안락함, 안전한 임신과 출산 등은 인간 삶의 질을 매우 높인다.

더불어 배우자는 서로의 보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릴 경우나 재교육이 필요할 경우 등 개인적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배우자의 존재는 이에 대한 불안을 덜어준다.

또한 결혼은 역할 분담과 분업을 통해 가정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의 효율성도 이룰 수 있다. 결혼 후에는 두 사람이 보유한 소득과 집 등을 공유하게 되고, 의식주에 투입되는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식비, 세탁비, TV 수신료, 세금 등과 같은 개인별 고정비용과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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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러한 결혼의 편익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회피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결혼의 기회비용에 대한 인식과 부담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크다. 싱글일 때 즐기는 자유와 결혼 후 생기게 되는 가족 간 갈등, 자녀 양육의 부담감, 사회생활의 지속 가능성 등 결혼으로 인한 다양한 변동 가능성과 이로 인해 생기는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겁내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오랜 시간 다양하게 변화해온 시대적·사회적·경제적 상황 속에서 결혼이라는 관계 맺음을 끊임없이 존속해온 조상들의 선택을 본다면, 그 형태가 어떠하든 결혼이라는 행위가 비용 대비 편익이 큰, 매력적인 선택으로 여겨진 건 분명한 듯하다.

김민정 < KDI 연구원 kimmj@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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