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대 지하도시' 생긴다…종각~광화문~시청~동대문 지하도시로 연결
서울 도심에 4.5㎞ 지하보행길…"12개 지하철역과 빌딩 30곳 연결"
서울시, 세종로 보행활성화 구상안 발표
프레스센터·SFC 등과 연계…2023년 완공
사업비 1조 투입…북카페·공연장 등 건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달 초 북미지역 순방 중 미국 뉴욕 ‘로우라인 랩’, 캐나다 몬트리올 ‘언더그라운드 시티’ 등 지하공간 개발 현장을 방문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4.5㎞ 길이의 지하보행길을 통해 총 12개의 지하철역과 시청을 비롯한 대형빌딩 30곳이 연결된다. 그동안 지하보행로와 건물이 개별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도심 수십개 대형 건물과 공공 인프라가 도시계획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사업으로 조성되는 지하공간에는 다양한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무교공원 지하에는 북카페 등 공공시설이 설치된다.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지하에는 2018년 완공 예정인 역사문화특화공간과 연계하는 문화공간을 마련한다.
서울시는 지하도시 조성과 함께 지상부인 세종대로, 청계천, 무교로 등도 지역 특성에 맞게 정비할 계획이다. 세종대로변에 있는 건물의 지상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시민을 위한 문화·휴식공간을 만들고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공연장 형태의 ‘선큰’을 조성하기로 했다. 청계천변 도로는 연도형 상가가 있는 공공보행 통로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이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 엘리베이터와 전망대도 설치한다. 서울시는 이 일대 프레스센터(서울신문사), 코오롱·서울파이낸스센터(SFC)·프리미어플레이스빌딩(싱가포르투자청·GIC)의 민간 사업자와 기본 구상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사가 2020년 추진 중인 프레스센터 재건축, GIC의 코오롱·프리미어플레이스 재건축과 SFC 리모델링 계획 등을 반영해 이르면 내년 3월까지 무교·다동 도시환경정비구역에 대한 정비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2020년 착공해 이르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이들 민간 사업자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행정적으로 돕는 대신 건물과 연결된 지하 보행통로를 설치하는 등 충분한 공공기여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지하공간을 마련하면 건물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민간에서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사업을 제안하고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민간 제안으로 시작된 사업인 만큼 서울시에서 부담하는 예산은 없다. 민간에서 추정하고 있는 총예산은 1조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도심 재개발이 주변 지역과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서울형 타운 매니지먼트’도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타운 매니지먼트는 도심 재개발로 대형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환경이 개선돼도 주말이나 저녁시간은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상업활동 등은 오히려 후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관리 방안이다. 일본 롯폰기힐스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소로 꼽힌다. 서울시는 이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용역을 발주했다.
진 본부장은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중심으로 한 지하도시 조성공간은 세계적인 명소가 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걷기 편한 도시 조성은 물론 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