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받은 유상덕 삼탄 회장
삼탄은 1960~1970년대 강원 정선에서 무연탄을 채굴해 판매하던 기업이다. 당시 정선은 한국 최대 탄광 도시였다. 1980년대 석탄산업이 사양기에 접어들자 정선에는 폐광만 남았다. 지금의 강원랜드가 삼탄 광산 자리다. 삼탄이란 이름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이 회사가 1989년 설립해 운영해온 송은문화재단이 명품 패션업체 몽블랑이 주관하는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받으면서 삼탄이란 기업 이름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유상덕 삼탄 회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진 예술가들을 조용히 후원하고 있다가 이런 상을 받게 돼 쑥스럽다”고 했다.

유 회장의 부친인 유성연 삼탄 선대 회장은 1982년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현지에 자회사 키데코를 세우고 새로운 광산을 개발했다. 키데코는 인도네시아 3위 석탄업체다. 해외에서만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1989년 국내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한 송은문화재단을 세웠다. 재단의 이름은 유 선대 회장이 자신의 호(號) ‘송은’에서 따왔다. 숨어 있는 소나무라는 뜻이다.

선대 회장이 작고한 2000년부터는 유 회장이 재단을 맡고 있다. 2010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미술관 ‘송은아트스페이스’를 열었다. 그는 “부친의 뜻을 기리기 위해 미술관을 짓게 됐다”며 “같은 해부터 공모전을 열어 재능 있는 예술가들에게 ‘송은예술대상’을 수여하고 상금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 자신도 예술품 수집가다. 자신의 수집품은 서울 대치동 삼탄빌딩 10층에 전시하고 있다. 수집품 중에는 제프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있다. 유 회장은 “석탄 회사다 보니 거칠게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이어 등 방문객이 미술품을 보고 우리 회사를 다르게 보더라”고 웃었다. 예술에 대한 관심 덕에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프랑수아 피노 PPR 회장과도 연이 닿았다. PPR은 구찌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명품회사다. 피노 회장이 무료로 자신의 수집품을 대여해주면서 송은아트스페이스는 2011년 ‘프랑수아 피노 컬렉션’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피노 회장을 비롯해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이 직접 전시회장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송은문화재단은 청담동 아우디 매장 부지에 미술관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스위스 건축가인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이들은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스위스 바젤 비트라하우스 등을 설계한 건축가다. 유 회장은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처음 운영한 미술관이라 지금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며 “새로 지을 미술관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예술품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은 1992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후원자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의 찰스 왕세자, 미국 록펠러재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유 회장은 “상금 1만5000유로는 모두 런던의 예술후원재단인 델피나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