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에 부담을 주던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해소됐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국내 증시가 다음달 초까지 ‘안도 랠리’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업의 3분기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고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시장을 흔들 대외변수도 남아 있어 시한부 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상승세 언제까지?

"미국 금리동결에 당분간 안도 랠리…'은행·화학·반도체' 상승세 이어질 것"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71포인트(0.67%) 오른 2049.70에 마감했다. 5거래일째 상승세다. 간밤에 끝난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 동결(연 0.25~0.5%)을 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은 이날 14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관과 개인투자자는 각각 1601억원, 132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삼성전자(0.67%) 네이버(2.1%) 현대모비스(1.6%) 아모레퍼시픽(2.1%)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161만8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7거래일 만에 160만원대를 탈환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060선을 돌파했지만 안도 랠리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상승분을 일정 부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이 사실상 예고된 데다 미국 대선 등 시장을 불안하게 할 변수가 남아 있어 큰 폭의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승세가 10월 중순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36조483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21%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비용,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물류비 증가, 원화 강세 등이 실적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지수 상승세를 견인하던 삼성전자의 상승폭도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원 이상 줄었고 160만원 이상의 주가에서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미국 금리동결에 당분간 안도 랠리…'은행·화학·반도체' 상승세 이어질 것"
◆시장의 관심은 실적으로

다음달 초부터 시장의 관심은 개별 기업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정보기술(IT), 은행, 조선, 화학 업종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활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IT주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배당 매력이 크기 때문에 은행주에도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낙폭이 컸던 주식이 반등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컸던 에너지 화학,조선, 철강 등 소재 업종의 주가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하지만 장기 박스권을 돌파할 것이라는 긍정론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12월 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벤트여서 악재라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국내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올해는 작년과 달리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떨어져 충격이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