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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라스팔마스여!

입력 2016-09-21 17:33:07 | 수정 2016-09-21 23:48:10 | 지면정보 2016-09-22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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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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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년 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러 떠난 대서양 횡단의 출발점, ‘검은 대륙’과 유럽, 아메리카를 잇는 삼각무역의 중계항, 온화한 기후에 아름다운 해안을 품은 최고급 휴양도시….

라스팔마스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최대 항구 도시다. ‘야자수(palma·팔마)가 많은 섬’이란 이름처럼 평화롭고 풍광 좋은 명소다. 이곳 교외에 한국인 선원묘지가 있다. 가난을 면하려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원양선원 100여명의 유택이다.

라스팔마스에서 한국 원양어업의 뱃고동이 처음 울린 것은 50년 전인 1966년. 그해 말 한국 선원 40명을 태운 ‘강화 1호’가 첫 그물을 끌어올렸다. 다른 배들이 다섯 번 출어할 때 여덟 번 이상 드나들며 밤낮 가리지 않고 일했다. 세네갈, 기니,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해역 수천㎞를 누비며 황금어장을 개척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는 고국으로 송금했다. 1987년까지 21년간 송금한 돈은 8억7000만달러(약 1조원).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1964~1977년 보낸 1억7000만달러(약 1900억원)의 다섯 배가 넘었다. 원양어업 외화가 국내 총수출액의 5%를 웃돌기도 했다. 지금의 조선산업(6% 안팎) 전체 수출 비중과 맞먹었다.

이 피 같은 돈은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파도에 휩쓸려 수장된 선원이 부지기수였다. 새벽 조업 중 상선과 부딪혀 30여명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뼈가 부러져도 제대로 치료할 길이 없었다. 대부분은 고국으로 송금하고 최저생계비로 버티느라 병원비는 언감생심이었다. 남 보기엔 ‘선망의 마도로스’였지만 실상은 갑판 중노동으로 골병이 들었다. 3년만 고생하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꿈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생활이었다. 배편으로 두 달 뒤에 배달되는 고국의 신문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들의 아픈 사연이 선원묘지에 묻혀 있다. 그나마 해양수산부가 나서 2014년부터 유해를 송환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여섯 구가 돌아왔다. 40~50년 만의 귀향이었다. 유족이 없는 경우도 많다. 안타깝게도 파독 광부·간호사와 달리 이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선원들이 떠난 해역을 일본 배들이 휩쓸고 중국 어선까지 떼로 몰려드는 원양어업의 숨 가쁜 변화를 아는 이도 드물다.

라스팔마스의 선원묘지 위령탑에 새긴 시인 박목월의 헌사만이 그 사실을 쓸쓸하게 되새길 뿐이다. ‘땅끝 망망대해 푸른 파도 속에 자취없이 사라져 갔지만 우리는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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