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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의 논점과 관점] 리먼 사태 8년, 더 커진 비관론

입력 2016-09-20 17:38:48 | 수정 2016-09-21 02:22:09 | 지면정보 2016-09-21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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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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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이즈음인 2008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소식이 추석 연휴 직후 첫 출근길을 강타했다. 앞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준국유화하며 파국을 막은 미국 정부였지만 자산이 거덜난 리먼은 어찌할 수 없었다. 곧이어 AIG와 씨티가 구제금융을 받고 사실상 국유화됐다. 불길은 금융 울타리를 넘어 금세 사방팔방으로 옮겨붙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 GM마저 공적자금으로 목숨을 부지했다. 워싱턴포스트에는 ‘자본주의는 사망했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비관이 넘쳐났다.

'비정상' 속출, 국제질서의 균열

그로부터 8년, 세상은 그대로이고 자본주의도 건재하다. 묘약은 양적완화였다. ‘디플레 해결사’를 자임한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와 함께 직접 유동성 주입에 나섰다. 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3750억파운드를 풀며 앞장섰다. 미국은 2008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6년 동안 세 차례나 양적완화를 결행했다. 3차 때는 “미국 경제의 자살이 될 것”이란 일각의 비판에도 ‘무제한 공급’으로 ‘올인’전략을 폈다. 한 발 뒤늦었지만 일본과 유럽도 각각 2013년과 2015년 돈 풀기 대열에 합류해 급한 불을 껐다.

유동성 투하의 약발은 거기까지였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지표는 잠시 반등한 뒤 재차 주저앉았다. 설상가상으로 매수 가능한 채권이 바닥나 양적완화 지속이 어렵다는 회의론이 커졌다. ‘채권값 거품’ 논란과 함께 ‘긴축 발작’이 잦은 이유다. 사상 최고 주가로 일견 양호해 보이는 미국 경제도 속병이 더 깊어졌다. 1인당 GDP 증가율(실질) 10년 평균치가 최근 0.4%까지 추락했다. 위기 이전의 2.0%는 물론이고 ‘잃어버린 10년’ 당시 일본의 1.0%에도 미달하는 초저성장이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은 불가피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은행업이 창고업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에도 지금 전 세계 국채의 35%가량이 마이너스로 거래된다. 이제 남은 카드는 ‘헬리콥터 머니’ 정도다. 중앙은행들은 고개를 가로젓지만, 상환 부담 없고 부채 증가도 없는 ‘공짜 돈’ 살포는 정부로선 솔깃한 대안이다.

백가쟁명식 '새판 짜기' 시작

주목할 건 심상찮은 글로벌 질서의 균열이다. 미 국채 10년물 가격이 한국 10년물보다 낮은(수익률이 높은) 이례적 현상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의 국가부도위험(CDS프리미엄)이 미국보다 높은 상황에서의 채권수익률 역전은 거품과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징표다. ‘비정상의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미국 중앙은행(Fed)은 갈지자 행보로 오히려 혼돈의 핵이 됐다. 한때 신의 흉내를 내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다.

불안감 증폭은 백가쟁명식 노선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오지랖은 여기까지’라며 중앙은행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정작 Fed 내부에서는 “비정상을 ‘새로운 정상(뉴노멀)’으로 봐야 한다”는 적응론이 만만찮다. 이 와중에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은 일종의 터부였던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나섰다. 페트로달러의 유동성에 기반한 새 통화정책을 설계한 당사자의 변심이 당혹스럽다. 기존 질서와의 과격한 단절을 표방하는 미 대선 후보 트럼프가 주류 학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넓혀 가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제국 DNA’를 가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역시 ‘새판’에 대한 본능적 갈구일 것이다. 평온함 너머로 감지되는 혼란과 더 큰 두려움의 공습에 대비해야 한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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