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신기술 무장한 '늑대 문화'의 화웨이식 혁신 주목해야
중국 민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2012년 지난 반 세기 동안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지배해온 스웨덴 에릭슨을 순이익과 매출에서 모두 추월하며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가 됐다. 이는 통신장비업계에 꽤 큰 충격파를 던졌다. 통신장비산업은 수많은 첨단부품과 첨단기술이 융합된 복잡한 산업이어서 기업 간 추격이 쉽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1987년 설립된 화웨이가 25년 만에 140년 역사의 에릭슨을 추격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놀라운 사실은 단순히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 의존하거나 선발자의 기술을 모방하면서 거둔 성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화웨이는 2005년부터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고, 현재 세계 170개국의 인구 3명 중 1명꼴로 화웨이 통신장비와 솔루션을 쓰는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중국판 삼성전자’가 됐다.

화웨이는 세계 최다 특허출원 기업이면서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중국 1위인 기업이다. 직원 17만명 중 45%인 7만6000명이 R&D 인력이고, R&D 투자가 매출의 14%로 마이크로소프트의 12%, 아마존의 10%보다도 높다. 화웨이가 지난 10여년간 출원한 특허를 기술적으로 분석해 보면 추격 과정에서의 혁신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기술 추격 과정에서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최신 기술을 습득해 재창조할 수 있고, 사용하는 기술이 얼마나 최신 기술인지를 가늠하는 ‘후방인용시차(backward citation lag)’ 분석이 있다. 화웨이와 에릭슨의 지난 10년간 특허 분석을 통한 후방인용시차 분석 결과를 보면 화웨이가 지난 10년간 에릭슨보다 첨단기술에 기반을 둔 기술을 습득해 발전시켜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 10년간의 최신 첨단기술 습득은 상대편 기술에 대한 모방을 통해서 이뤄졌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사용하는 기술의 지식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하는 ‘비특허 인용지수(non-patent literature)’ 분석 및 논문의 상호 인용 분석 결과로 알 수 있다. 비특허 인용지수 분석 결과, 화웨이는 지난 10년간 1위 기업을 기술적으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에 기반을 두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선두 기업을 추격했음을 알 수 있다.
[뉴스의 맥] 신기술 무장한 '늑대 문화'의 화웨이식 혁신 주목해야
자주적 지식재산 창출에 주력

대부분 산업에서는 후발자가 선발자의 기술을 한동안 모방한 뒤 그것을 기반으로 혁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화웨이는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선 최신 기술과 선발자를 모방하지 않는 새로운 경로의 혁신을 통해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화웨이의 기술개발 성과에는 창업자 런정페이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됐다. 런정페이는 창업 초기부터 자주적 지식재산 창출을 강조하며 자체 R&D에 투자했으며, 사업 초기부터 경쟁사보다 두 배의 보상을 주는 등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파격적으로 대우했다. 그 이면에서는 실적이 떨어지는 하위 5% 직원을 해고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었다.

이런 지속적인 혁신의 결과는 경쟁사보다 우수한 성능의 통신 모뎀칩과 기지국 장비의 파워 출력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런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화웨이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4년 튀니지에서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장비 수주에 성공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이탈리아에서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수주에 성공하면서 에릭슨의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화웨이는 2015년 2분기에 휴대폰 분야에서도 삼성과 애플에 이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로 도약했다. 그해 12월 화웨이 둥관 공장에서 1억번째 휴대폰 출하식을 열었다. 이 역시 삼성과 애플에 이어 세 번째다. 이는 선발자에 대한 모방과 거대한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이룬 단기간의 성과일까. 글로벌 매출 비중과 성장률을 보면 그렇지 않다. 화웨이의 모바일폰 매출(통신장비업을 제외한 컨슈머 부문)은 52%가 해외에서 나오고, 성장률은 매년 32%에 달한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점유율은 삼성이 앞서고, 이익점유율은 애플이 절대적으로 앞선다. 그 뒤를 화웨이가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는 1만2000건에 이른다. 지난 5월25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LTE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과 중국 법원에 제소한 것도 시장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스마트폰도 턱밑까지 추격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기 전까지 화웨이와 삼성은 주력 사업 부문이 겹치지 않았다. 지금은 휴대폰 부문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가 미래 신수종 사업이라고 밝힌 통신기술을 이용한 미래 자동차 기술, 5G 네트워크,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분야 역시 화웨이가 사업 진출을 시작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는 인력을 크게 보강, 개발인력이 1만6000명이 넘는다. 최근엔 반도체 자회사도 설립했다. 가전을 제외하고 스마트폰, 반도체 및 미래 산업 등 거의 모든 사업영역에서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놓였다.

물론 화웨이의 2015년 매출은 69조5000억원이고 R&D 투자비는 약 7조원으로 아직 매출은 삼성의 3분의 1, R&D 투자비는 2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추세다. 화웨이의 매출은 2014년 20%, 2015년 35% 증가했다. R&D 투자비는 매출의 13%로 삼성 7%의 두 배에 달한다.

화웨이의 기업문화는 ‘늑대 문화’로 비유된다. 늑대처럼 시장 기회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을 중시하고 스피드와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이를 위해 직원들은 수개월의 군사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평상시에도 야전침대를 회사에 두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센티브를 많이 주지만 실적이 떨어지는 하위 직원은 가차없이 해고한다. 일찍이 창업주 런정페이는 “늑대는 다친 다리가 도망치는데 방해가 된다면 살기 위해 주저없이 그 다리를 물어 뜯어버린다”며 “다리를 잘라 신발에 맞추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리를 잘라 신발에 발을 맞추는’ 고통과 힘겨운 과정을 거치면서 화웨이는 고객의 니즈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새롭게 재정비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피의 혁신이었다.

스피드와 도전정신을 강조

화웨이가 에릭슨과 경쟁하면서 보여준 스피드와 도전정신은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 매출이 2배가 넘는 소니를 추격하면서 보여준 그것과 비슷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와의 전면적인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삼성전자에는 없으나 화웨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전 기보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