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이사 레이더 개발, 믿고 기다리자
한국형 전투기사업의 핵심 장비인 에이사(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개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며 공중전, 지상전 등 다양한 공격모드를 수행해야 하는 에이사 레이더는 한국형 전투기의 핵심 장비다.

그런데 개발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국내 개발이 어려워 해외에서 도입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모두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인데, 기술이 복잡하니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10일 국방과학연구소가 에이사 레이더 개발 착수회의를 열고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 손으로 우리 전투기를 만들기 위한 10년간의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에이사 레이더를 독자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발을 끝낸 해외 선진국가로부터 구매하면 되지 않을까. 쉬운 예를 들어보자. 컴퓨터를 조금 아는 사람은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구매해 조립해서 사용한다. 자신이 원하는 성능으로 제작할 수 있고, 고장이 나도 쉽게 고칠 수 있어서다. 완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조금만 고장 나도 수리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고 그때마다 돈이 든다. 정말 고장 난 건지 알 수도 없다. 군사적으로는 군의 작전운용, 경제적으로는 운영유지비용이 우리 손으로 에이사 레이더를 개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며 제한 시간도 있다. 이에 정부는 묘안을 제시했다. 개발 위험 완화를 위해 단계별로 진화적 개발 전략을 적용한 것이다. 즉, 시험개발 단계에서 개발 가능한 비행 성능 및 전투 능력을 먼저 구비하고, 그동안 축척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외국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성능과 능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국내 연구 인프라를 총동원하고 개발에 필요한 관리·분석 능력, 설계·해석 및 시험평가 능력 등을 결집한다면 독자 개발의 어려움은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며 믿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에이사 레이더 개발, 나아가 한국형 전투기 개발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10년이란 긴 여정 동안 여러 번의 실패와 위기가 있더라도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로 우리 영공을 지킬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줘야 한다. 그것이 자주국방으로 가는 정도(正道)다.

서철헌 <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