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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윤의 '중국과 中國' (3) 의(義) <1>] 의리, 사귐의 첫 번째 원칙

입력 2016-09-19 18:02:23 | 수정 2016-10-19 15:05:36 | 지면정보 2016-09-20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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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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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릴 적 삼국지와 무협지에 빠진 적이 있다. 1980년대에는 <영웅본색>과 같은 홍콩 누아르 영화를 놓치지 않고 봤다. 사나이들의 묵직한 사랑에 빠졌다. 의리다. 주인공들은, 의리를 위해서는 (때론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적지 않지만, 어쨌든)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다.

사회에 입문해서 중국인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는데, 일단 술 마시는 분위기가 최고다. 酒逢知己千杯少(술자리에서 친구를 만나면, 천 잔을 마셔도 부족하다). 今朝有酒今朝醉,明日愁來明日當(오늘 술은 오늘 취하고, 내일 고민은 내일 하자). 주량은 안 되지만 당신 같은 귀인을 만났으니, 목숨 걸고 마신다고 한다(舍命陪君子). 甘傷身體不敢傷感情(몸은 ‘기꺼이’ 상해도 되지만 감정은 ‘감히’ 상할 수 없다)은 차라리 애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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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 대한 첫 느낌은 어렸을 때 봐온 소설과 영화 속의 호방함과 다르지 않았다. 술을 마시면서도 의리를 지킨다고 “깐(乾, 비워라)”을 외쳤다. 비록 술 풍속은 변했어도, 최소한 이렇게 친구들과 깐을 외치면 ‘의리 있다’는 말을 분명 아직도 들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의리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정확히 같은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대놓고 ‘의리’를 따지는구나 정도는 알 수 있다.

군자는 의(義)가 내재화된 인격

중국인은 늘 의리를 강조한다. 講義氣在一起(의리를 지키면 같이한다)라고 한다. 지키지 않으면? 그러면 안 사귄다. 중국인과 어울리려면 이 ‘의리’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인은 중요한 개념을 명쾌하게 정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만, 씹고 또 씹을수록 진한 ‘뒷맛’이 우러나는 방식(后味無窮)으로 표현한다. 필자의 어설픈 지식으로 소개해본다.

공자는 義를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았지만(君子以義爲上), 여러 가지 각도에서 논술했다. 뭘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하라는 것도 아니지만, 義가 표준이다(義也,無適也,無莫也,義之與比《論語·里仁》), 불의(不義)를 보면 나서는 것이 용기다(見義不爲, 無勇也《論語·爲政》). 우리가 잘아는 논어 구절이 또 있다.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군자는 정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라는 말인데, 도대체 ‘의’에 밝다는 군자는 누구고, 또 소인은 누군가? 본래 군자와 소인은 일종의 신분계급이었다.

군자라 하면 황제, 제후, 대부 및 사(士) 등의 세습이 되는 이른바 귀족 계급이다. 이후 (황족 등 일부를 제외한 귀족들 간의) 신분세습이 폐지되면서 계급이 없어지자 군자와 소인은 일종의 인격, 품격 또는 품위의 구분이 됐다. 즉, 만약 사람을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바로 군자와 소인이다. 어느 누구도 소인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특히나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더욱 그렇다. 중국인들이 체면을 통해, 심한 경우 허세를 통해서라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바로 ‘군자’다. 이 군자는 ‘의’가 내재화된 인격을 갖춘 존재다.

그런데, 죄다 불명확한 개념일 뿐인데, 어떻게 중국인의 ‘행위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삼강오륜은 지인 간의 규범

한편, 삼강오륜(三綱五倫)은 유교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규범이다. 세 가지의 강령(綱領)과 다섯 가지의 인륜(人倫)을 말한다. 삼강은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다. 오륜은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을 말한다.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신하, 부부, 어른과 어린이 및 친구 간의 지켜야 할 규범을 말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이 모든 관계는 ‘아는 이’ 사이의 관계다.

고대의 유가(儒家)는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답을 주지 않았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친지끼리만 살아가는 혈연사회라면 이 정도 규범으로 충분했을지 모르지만, 이제 사회가 확장돼 혈연을 넘어서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확장된 사회에 맞는 규범이 필요하고, 또 그것을 모든 이가 수용하고 준수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했을까?

힌트는 삼국지의 ‘관우’다. 의는 酒肉朋友(술마시고 놀 때만 찾는 친구)끼리만 따지고 드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행위규범이라고 말했다. 절대 가벼운 개념이 아니다.

다음편에서는 관우에게 투영된 중국인의 ‘의’ 관념을 소개해보려 한다. 중국에서 친구를 사귀려면, 중국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돼야 하지 않은가? 바로 관우에게 그 답이 있다는 말이다.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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