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건강한 기업을 만들려면 일하는 방식을 바꿔라
맥킨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올 상반기에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건강검진’을 했다. 100개 기업 4만명이 참여했고,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 진단 결과는 참담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기업들의 건강은 허약했다. 특히 결론 없는 회의, 형식에 그치는 보고, 불명확한 업무 지시, 비효율적인 업무 수행, 빈번한 야근으로 나타나는 ‘한국형 일하는 방식’은 조직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파악됐다.

이제 기업들은 건강한 미래를 위해 과거 방식의 집착과 고집을 버릴 때가 됐다. 수십 년간 추구해온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일상의 작고 꾸준한 실천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한정된 시간과 인력의 투입으로 산출물을 내는 컨설팅만큼 1분 1초 단위의 업무 효율성과 일하는 방식의 고도화를 따지는 직종도 많지 않다. 세계 60여개국, 110여개 사무소를 두고 있는 맥킨지는 지역적,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1만명 이상의 컨설턴트가 동일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그걸 가능케 하는 몇 가지 일상의 방법을 소개한다.

◇7단계 문제 해결:맥킨지는 프로젝트 규모나 유형에 상관없이 7단계를 거쳐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 정의, 요소 구조화, 우선순위화, 작업계획 수립, 분석 실시, 시사점과 논거 정리, 제안 도출 및 커뮤니케이션. 하나하나는 별것 없어 보이지만, 정공법대로 따르기란 사실 쉽지 않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어려운 경우는 프로젝트 중간에 ‘우리가 풀려고 하는 문제가 뭔가’라는 질문이 나올 때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핵심이다.

◇피라미드형 커뮤니케이션:맥킨지가 선호하는 소통 방식은 결론부터 말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를 전개하는 피라미드 구조다. 최상단의 돌을 아래 돌들이 지탱하고, 그 구조가 하부로 이어지듯 핵심 메시지들을 구조화한다. 논거는 핵심적인 세 가지면 충분하고 너무 많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핵심 요약 보고서:보고서는 한 장의 전체 요약 페이지로 시작된다. 아무리 긴 보고서라도 핵심 메시지는 전체 요약에 모두 담겨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컨설턴트는 핵심 요약을 머리에 담고 진화해 나간다. 이를 위한 훈련을 ‘엘리베이터 테스트’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30초 정도 시간에 핵심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향을 감안한 팀 운영:맥킨지는 프로젝트에 따라 수시로 팀을 구성하고 해체한다. 처음 만난 컨설턴트들이 바로 팀워크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초반에 개인의 인식, 판단, 행동에 대한 성향을 공유한다. 이런 차이를 반영한 팀 단위 운영 원칙을 만들고 관리한다.

◇수시로 주고받는 피드백:맥킨지에는 피드백이 일상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끙끙 앓고 고민 끝에 문자로 조심스럽게 전달하거나, 폭탄주로 용기를 얻거나 사표를 안주머니에 꽂고 한방에 지르는 피드백이 아니다. ‘피드백을 드릴게요’라고 시작하고 관찰한 사실과 함께 제안을 전달한다. 직책과 상관없이 주고받는다.

◇수평적 회의와 토론:모든 회의는 소위 계급장 없이 이어진다. 회의 시 경력이 짧은 컨설턴트가 시니어 파트너의 견해가 틀렸다고 판단할 경우, 이에 대해 반론을 자율적으로 제시할 의무가 있다. ‘권한’이 아니라 ‘의무’이며, 맥킨지 문화를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가치다.

여기 소개한 것 중에는 한국의 기업문화적 특성을 감안할 때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의지다. 아무리 조직 내에 바르게 일하고자 하는 의식이 존재하고,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들이 생성된다고 하더라도, 상사의 부정적인 한마디와 행동에 바로 무너질 수 있다. 리더 스스로가 과거의 업무 관행과 고질적인 사고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문제 제기를 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조직 구성원에게 보여야 한다. 조직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

최원식 <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