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과일을 나누어 게임 속 친구들에게 조각을 나눠주고, 터치로 동물을 색칠하는 태블릿PC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움직인 손가락 패턴을 기준으로 자폐아동과 정상아동을 93%의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시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과일을 나누어 게임 속 친구들에게 조각을 나눠주고, 터치로 동물을 색칠하는 태블릿PC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움직인 손가락 패턴을 기준으로 자폐아동과 정상아동을 93%의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태블릿PC로 모바일 게임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 자폐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조나단 델라필드버트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팀은 태블릿PC용 게임과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이용해 자폐증 여부를 최대 93%의 정확도로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8월 24일자에 발표했다.

국내에서 38명당 1명 꼴로 나타나는 자폐아는 의사소통에 서툴고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면 진단이 까다로워 숙련된 전문가들이 2~6세 사이 아동들의 행동을 장시간 관찰하고 시험하는 방법으로 진단을 내린다.

연구팀은 자폐아들이 운동장애를 보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가령 자폐아는 연필을 손에 쥐거나 모바일 기기를 터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움직임의 패턴도 일반인과 다르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손가락 터치로 과일을 자르고 동물의 윤곽선을 따라 색칠을 하는 태블릿PC용 게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3~6세 자폐아동 37명과 일반 아동 45명을 대상으로 게임을 하도록 했다. 시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게임의 목적에 따라 과일을 조각내 게임 속 가상 친구들에게 과일을 나눠주기도 하고 동물을 색칠하기도 했다. 그동안 연구팀이 만든 게임은 아이들의 손가락 움직임과 패턴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 다음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일반 아동과 자폐아동의 행동 패턴 차이를 분석하도록 했다. 그러자 컴퓨터는 정상 아동과 자폐 아동을 최대 93%의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자폐아동은 터치를 하는 데 더 많은 힘이 들어가고, 터치를 하는 동안 나타나는 힘의 분배 또한 정상아동과 차이를 보였다. 또한 화면을 더 빠르게 넘기고 더 넓게 사용하는 경향성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움직임과 자폐증 간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간 오랜 시간이 걸리던 자폐증 진단을 태블릿PC 게임이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