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기부해 설립한 장학재단에 무려 140억원의 증여세를 매긴 세무당국 처분이 적법한지를 대법관 전원이 심리해 판단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13일 밝혔다.

구원장학재단은 생활정보 소식지 ‘수원교차로’를 창업한 황필상 씨(69)가 2002년 8월 수원교차로 주식 90%(180억원 상당)와 현금 3억원을 기부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빈민촌과 막노동판을 전전한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됐다. 이후 생활정보지 사업에서 번 거액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했다가 ‘세금폭탄’을 맞았다.

수원세무서는 2008년 9월 “황씨의 주식 기부는 현행법상 무상 증여에 해당한다”며 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황씨가 장학재단에 기부한 금액 대부분이 현금이 아닌 주식이어서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재단 등을 통한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공익법인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인 기업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을 5% 넘게 취득하면 그 초과분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도 황씨와 수원교차로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특수관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황씨의 주식 출연이 경제력 세습 차원이 아니라 순수한 장학사업을 위한 것이므로 거액의 세금 부과는 잘못”이라며 재단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황씨와 재단의 주식을 합하면 수원교차로의 주식 전부가 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양자는 세법상 특수관계로서 과세 대상이 된다”며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