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다고 한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등을 맞아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일단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책임경영 구조를 분명히 했다는 면에서 소위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과 의문이 해소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는 이미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미국 한국 일본 정부까지 나서 비행기 내 사용제한 조치를 내릴 정도로 전 세계 산업계의 핫뉴스가 된 것이다. 글로벌 최정상의 IT기업으로 전력질주해왔다고 자부해온 삼성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만도 했을 것이다. 2009~2010년 미국에서 도요타 ‘급발진 리콜’ 경우와 비교되기도 했다. 물론 시장과 소비자 단체의 반응은 달랐다. ‘용기 있는 자발적 리콜’이라는 격려가 적지 않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개선됐거나 바뀌지 않았다’는 응답이 76%에 달한다는 미국 IT 전문업체의 설문조사도 나왔다.

이 와중에 미국 정부의 ‘한국 기업 때리기’라는 근거 없는 분석까지 나왔다. 삼성전자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역설이라고도 하겠지만, 어느덧 삼성의 위기는 곧 한국의 위기가 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이번 삼성의 대응은 차별성이 돋보이는 신속하고 확고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지금 삼성그룹이 직면한 문제가 삼성전자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조선·건설의 부실에서부터,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금융비즈니스의 재편까지 심각한 과제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아 전면에 나서는 것은 기업 경영의 전 과정에 대한 확고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일 것이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다’는 해묵은 소위 재벌논쟁을 정면돌파해 글로벌 경영을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경영에 별 돌파구가 없는 순간인 만큼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일류 기업의 길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재용의 삼성’이 퍼스트무버로 가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