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의 야마하 악기 공장에서 기술자가 피아노 프레임에 현을 고정시키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의 야마하 악기 공장에서 기술자가 피아노 프레임에 현을 고정시키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고속철 신칸센을 타고 1시간40분 정도 서남쪽으로 달려 도착한 시즈오카현 하마마쓰. 일본 음악의 본고장답게 야마하, 가와이 등 주요 악기 제조사 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일 야마하 관악기 제조공장 무향실에는 악기가 아니라 골프 클럽이 놓여 있었다.

다케조노 다구야 우드개발총괄은 “레이저를 통해 드라이버 헤드의 부분별 타구음 주파수를 측정한다”며 “실제 드라이버의 타구음이 어떻게 들릴지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3000㎐ 이상이면 듣기 좋은 맑은 타구음이, 그 이하는 둔탁한 음이 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케조노 총괄은 “드라이버는 성능이 중요하지만 경쾌하고 맑은 타구음과 같은 감성 품질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악기 음향을 측정하는 시설에서 골프 클럽의 소리도 디자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마하는 악기를 개발할 때 사용하는 무향실에서 레이저 장비로 골프 클럽의 타구음을 측정한다. 야마하 제공
야마하는 악기를 개발할 때 사용하는 무향실에서 레이저 장비로 골프 클럽의 타구음을 측정한다. 야마하 제공
야마하는 1887년 의료기기 수리공인 야마하 도라쿠수가 미국산 오르간을 수리하는 회사로 설립했다. 이후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제조로 영역을 확대했다.

골프사업의 역사는 짧다. 1957년 스포츠용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야마하는 1982년 골프 클럽을 개발했다. 시바 겐이치로 아이언개발총괄은 “골프용품의 역사는 짧지만 오랜 기간 악기를 제작한 기술과 감성 노하우를 접목한 ‘감동 경영학’으로 경쟁력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야마하 골프 클럽은 2013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크게 상승했다. 시바 총괄은 “‘임프레스 리믹스(RMX) UD+2’ 클럽 제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타구음 디자인에 나섰다”며 “야마하 특유의 정확성, 고반발 성능에 감성품질을 입히자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야마하는 악기를 개발할 때 사용하는 무향실에서 레이저 장비로 골프 클럽의 타구음을 측정한다. 야마하 제공
야마하는 악기를 개발할 때 사용하는 무향실에서 레이저 장비로 골프 클럽의 타구음을 측정한다. 야마하 제공
일본에서 2013~2015년 3년간 남성용 아이언 판매량을 살펴보면 야마하 UD+2 시리즈가 던롭 젝시오8 제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작년 말까지 약 1만7000세트가 팔린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에 누적 판매량이 2만세트를 넘어섰다. 시바 총괄은 “130년간 피아노와 악기를 제작하면서 나무와 철 소재를 다루는 노하우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단조 공법의 정밀한 아이언을 제작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했다”고 강조했다.

골프 클럽 디자인에는 악기는 물론 모터사이클 디자인 노하우가 접목돼 있다. 야마하는 스포츠용품으로 영역을 확대한 1950년대에 모터사이클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야마하 모터사이클부문 매출은 15조원으로 야마하 악기(5조원)의 세 배 규모다. 사이토 다이수케 디자인총괄은 “야마하는 악기 디자이너가 골프클럽도 함께 디자인한다”며 “골프 클럽은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공기역학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는 모터사이클 설계 및 디자인 부서와 협업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야마하는 한국에서 리믹스(RMX) 드라이버와 아이언을 판매 중이다. 116모델은 프로급 골퍼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정확성을 높인 216 제품은 아마추어, 주말 골퍼들의 선호도가 높다. 야마하 골프의 국내 공식 수입사인 오리엔트골프에 따르면 야마하 골프 클럽의 연간 국내 매출은 약 500억원에 달한다. 야마하 골프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동헌 오리엔트골프 부사장은 “UD+2는 5번 아이언을 잡아야 할 거리도 7번 아이언이면 충분할 정도로 반발성이 좋다는 뜻”이라며 “감성품질을 입히자 중장년층은 물론 골프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20~30대 젊은 고객들도 이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마마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