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명절 연휴 주차난이 두려워 운전대 잡기가 망설여진다면 스마트폰부터 들 것을 권한다. 목적지 근처 주차장 검색부터 예약,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앱(응용프로그램)들이 있다.

'만차'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뽑기만 하면 사라지는 주차권을 찾으려 허둥댈 필요도 없다. 차를 운전해 주차장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끝.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시간에 1000원으로 주차하는 기쁨은 덤이다.

지난 10일 저녁 경기도 용인에서 지인과 식사 약속이 있었다. 출발 전 일명 '주차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라고 불리는 앱들을 다운로드받았다. 처음 가보는 지역인 데다 식당에 주차장이 없다고 해 미리 주변 주차장을 알아보고 갈 참이었다. 다운로드 받은 앱은 '모두의주차장' '파크히어' '아이파킹' 3가지였다.

기본적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근처 주차장을 지도상에 보여주는 기능은 같았다. 지도가 아닌 목록 형태로 거리순, 가격순으로 보는 것도 가능했다. 이후 예약, 결제 등 세부적인 기능을 따져 보면 앱마다 차이가 있었다.

[체험+] 스마트폰으로 펼치는 '알뜰·간편 주차' 신공
3개 앱을 순서대로 실행해 목적지에 '광교마을사거리'를 입력했다.

'모두의주차장'은 근처 '민영 주차장'들과 매장 이용시 무료 주차가 가능한 카페들이 표시됐다. 예약, 결제가 가능한 '공유 주차장'은 근처에서 찾을 수 없었다. 이 앱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인 공유 주차장은 비어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지역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해주는 개념이다.

'파크히어'는 목적지와 함께 주차장 이용 날짜와 시간을 입력해야 했다. 날짜는 당일부터 모레까지 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약속 시간이었다. 지인의 퇴근 시간이 미정인 상태라 정확한 시간을 입력하기가 애매했다. 도로 상황이나 변수에 따라 예약한 시간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늦게 입차할 가능성도 있었다. 최소 이용 시간이 2시간인 점도 아쉬웠다.

어림잡아 저녁 8시~10시 사이로 입력하자 예약 가능한 주차장은 1곳이 검색됐다. 앱 내 결제 수단으로는 신용카드와 카카오페이, 휴대폰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아이파킹 제휴 주차장에 설치된 무인 정산기와 인식기. / 사진=파킹클라우드 제공
아이파킹 제휴 주차장에 설치된 무인 정산기와 인식기. / 사진=파킹클라우드 제공
'아이파킹'은 날짜와 시간은 넣지 않고 목적지만 입력하면 됐다. 자동정산·결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제휴 주차장이 검색됐다.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한 무인 정산기와 인식기가 설치된 '아이파킹존'이었다. 앱에 미리 신용카드와 차량 정보만 이용해두면 출차 시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주차비가 자동 결제된다.

아이파킹 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하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차 안에서 앱을 켜 회원가입을 하고 신용카드와 차량 정보를 입력했다. 앱이 T맵, 올레 아이나비, 카카오내비 등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주차장까지 길찾기도 간편했다.

주차장 입·출차 시간과 자동 정산된 주차 요금이 표시된 아이파킹 모바일 주차권.
주차장 입·출차 시간과 자동 정산된 주차 요금이 표시된 아이파킹 모바일 주차권.
주차장에 들어서고 차단기가 올라가는 순간 스마트폰이 울렸다. 주차장 이름과 입차 시간이 기록된 푸시 알림이었다.

식사 후 약 2시간 뒤 주차장을 다시 찾았다. 차에 타 주차권이나 영수증이 없이 빈손으로 출구 쪽을 향해 운전해 갔다. 별도의 정산 과정이 없었는데 차단기가 열릴까 의심반 기대반이었다.

차가 다가가자 전광판엔 '아이파킹회원 6000원'이 표시되는 동시에 차단기가 열렸다. 입차 때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출차와 정산이 완료됐다는 푸시 알림이 떴다. 등록된 신용카드에서 주차비가 결제됐다는 문자도 함께 들어왔다.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장을 찾아 배회하거나, 정산기 앞에서 주차권과 지갑을 꺼내느라 바빴던 적이 있다면 주차 O2O 서비스의 편리함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섣불리 들어간 주차장에서 주차비 폭탄을 맞았던 이들에게도 반가운 서비스다. 주차장을 검색하다보면 서울 시내에서 1시간에 1000원짜리 주차장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역에 따라 발렛파킹(대리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 번화가 방문 시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국내 기업형 주차사업 시장 규모를 10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3~4%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는 시장 형성 초기 단계로, 뚜렷한 선두 없이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O2O 사업에 적극적인 카카오가 올 하반기 중 '카카오주차'를 선보일 예정인 만큼 업체간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서비스마다 예약, 결제가 가능한 제휴 주차장 수가 많지는 않다. 가장 저렴한 주차장이나 무료 주차장도 앱마다 모두 다르다. 더 알뜰하고 편리하게 주차장을 이용하고 싶다면 당분간 여러가지 앱들을 비교해 보는 수고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