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수출기업들 불러놓고…한진해운 책임 거론한 정부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확산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출 물류기업의 어려움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시가 급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뾰족한 대책 없이 ‘한진해운 책임론’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산업부는 11일 서울 서린동 무역보험공사에서 주형환 장관(사진) 주재로 ‘긴급 수출물류 애로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중소기업청과 무역협회 등 유관기관·단체와 CJ대한통운 삼성SDS 등 대형 포워드(3자물류)사, 가전·기계·석유화학·타이어·제지 등 화주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요 수출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도 참석했다.

회의에서 업계 대표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해결을 요청했다. 화주사들은 △화물 위치정보 접근 불가 △한진해운의 미온적 대처 △납기 지연에 따른 바이어 클레임 급증 △대체선박 확보 어려움과 운송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업종별로 처한 상황에 대한 하소연도 이어졌다. 가전사들은 오는 11월 미국에서 제품 수요가 급증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납품 차질을 우려했다. 타이어업계는 겨울용 타이어 납품이 이달 안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지회사들은 항공 등 다른 대체수단 활용이 어려운 특수성을 제기했다.

포워드사들도 정부가 발표한 주요 거점 항만 위주 하역 방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거점 항만에서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수송하려면 당초 계획보다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진다”며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요청했다.

업계 요구에 주 장관은 미국 법원의 압류금지 조치(스테이 오더) 승인으로 한진해운 선박 하역이 시작됐음을 설명하면서 “오늘 수렴한 애로를 유형별·지역별로 분류해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화주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 장관은 “이번 사태를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진해운 임직원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한진해운 대주주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회의장에 수출 물류기업들을 불러놓고 알맹이 있는 대책 대신 정작 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은 한진해운의 협조와 책임을 운운해 머쓱했다”고 전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