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늘기만 하는 가계부채를 두고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불려 온 가계부채를 방치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는 만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부동산은 물론 경기 전체가 크게 꺾일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54조2000억원 늘었다. 2013년 처음 1000조원을 넘은 뒤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연말까지는 13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가계부채가 늘면서 처분가능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져 2010년 154%이던 것이 최근 170%로 치솟았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35%였다가 최근 105%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집단대출을 위시한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올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분(54조2000억원)의 48%에 해당하는 26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인 것만 봐도 그렇다. 주택담보대출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 영향이 크다. 2014년 7월 정부는 경기를 살린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을 각각 60%와 70%로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집을 담보로 돈을 꾸라고 부추긴 셈이다.

그러던 정부가 올 들어 부동산시장에 과열 조짐이 보이자 방침을 바꿨다. 지난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수도권에 도입하더니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신규 아파트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소위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집값만 더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자 추가로 지난 5일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집단대출 시 소득 확인,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건수 제한,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 도입 등 예고된 대책의 시행 시기를 조금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이처럼 방향성도 없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찔끔찔끔 나오는 것은 온갖 눈치를 다 보면서 어느 쪽에서도 욕먹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에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가계부채도 마찬가지다. 고통 없는 가계부채 대책은 있을 수 없다. 부동산 경기는 안 죽이되 가격 폭등은 막고 가계부채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그런 마법과 같은 대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포퓰리즘적 요구들에 귀를 쫑긋 세우고 안절부절못하는 게 지금 정부다.

정부는 가계부채 감축 원칙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는 고통과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만약 국제통화기금(IMF) 지적처럼 한국의 가계부채가 정말 위험 수준이라면 DTI 규제 등 과감한 대출 규제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확실한 근거를 밝히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태도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