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무료 미용봉사하는 '착한 미용사들'
장애가 있는 홀몸노인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머리를 13년째 무료로 손질해주는 미용사들이 있다. 서울 구로구 출신 미용사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 ‘단정이’ 회원들이다.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8일 오후 서울 오류동의 한 가정집. 반지하 16㎡ 남짓한 공간에서 주황색 조끼를 입은 단정이 소속 미용사 두 명이 머리가 희끗한 김모씨(79)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었다. 김씨는 뇌병변장애 3급 판정을 받아 혼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김씨는 “몸이 불편해 미용실을 간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미용사분들 덕분에 단정하게 추석을 맞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단정이가 처음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봉사활동을 하던 이 지역 미용사 10여명이 모인 게 계기가 됐다. 김해옥 단정이 회장(62)은 “봉사단 창립 이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개인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던 미용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지역 미용사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봉사단이라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구청의 지원도 한몫했다. 구로구 자원봉사센터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봉사자 모집, 봉사 수혜자 선정, 차량 지원 등 단정이 활동을 돕고 있다. 단정이는 매월 첫째, 둘째, 넷째주 화요일마다 지역 경로당을 방문해 미용 봉사활동을 한다. 명절 때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을 방문해 머리를 손질해준다. 단정이 회원 수는 20명 안팎이며 지난 13년간 2만4000여명에게 미용 서비스를 제공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