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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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주가 질주로 인해 증시의 관심이 온통 정보기술(IT) 업종으로 쏠렸다. 덕분에 다른 업종의 '수급 공백'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급 이탈로 저렴해진 실적 유망주(株)를 담아야 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6일 남기윤 동부증권 퀀트 담당 연구원은 '군중심리의 빈 곳 공략하기'란 분석보고서에서 "최근 '밴드왜건(band wagon)' 현상으로 IT 업종에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수급이 비어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밴드왜건은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 앞에서 밴드들이 탄 마차를 뜻한다. 밴드가 궁금한 군중들이 무작정 몰려드는 현상을 '배드왜건 효과'라고 부른다.

남 연구원은 "밴드왜건 현상은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서 모멘텀(상승 동력)이 발생했을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현상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보다 군중심리에 먼저 편승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IT 업종의 가파른 상승이란 밴드왜건 효과로 이어진 반면 다른 업종에 수급 공백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남 연구원은 "가장 먼저 빈 수급에서 사야 할 것과 비워둘 것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삼성전자의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한 시점부터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도가 집중된 종목 가운데 주가가 하락해 가격 매력이 높은 곳을 골라 담아야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기아차, SK, 아모레G, LG전자, 롯데쇼핑, 코웨이, CJ, 한화생명, 오리온, 이마트, GS리테일, 한샘, 동서, 한전KPS, 현대백화점, 오뚜기, 롯데제과, 한국금융지주, LIG넥스원, 롯데칠성 등이 '이삭줍기 전략주'로 꼽혔다.

반면 밴드왜건 효과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외형(매출) 성장이 가능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퀀트 담당 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경기민감 업종과 수출 기업의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코스피(KOSPI)의 이익 모멘텀을 주도하고 있지만, 매출액 전망치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불황형 흑자 패턴"이라며 "매출액이 정체된 상황에서 원가하락,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기업 이익의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IT 기업 중 현재 컨센서스(시장 기대치) 기준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의 정체가 예상되지만, 매출액 전망치가 좋아질 수 있는 LG디스플레이, 서울반도체, SK하이닉스, 일진머티리얼즈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