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현직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혐의 구속 사태에 대해 6일 국민에 사과했다. 대법원장이 판사의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끼친 심려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당혹감이 실로 참담하다"고 심정을 토로하며 사법부의 청렴성 회복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굳은 표정으로 약 10분간의 사과문을 낭독한 양 대법원장은 강연대 옆으로 걸어 나와 앞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과를 앞두고 사법부 내부에서는 "판사의 개인 비리를 굳이 대법원장이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부의 구조적 비리가 아닌 이상 사법부 수장이 고개를 숙이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었다. 법원행정처장이 대신 발표하는 방안 등도 검토됐다고 한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 이날 사과문 낭독을 관철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이러한 일이 상식을 벗어난 극히 일부 법관의 일탈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먼저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자기만은 신뢰와 존중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판사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대법원장의 첫 대국민 사과는 1995년 2월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사건'이다. 경매입찰 보증금을 횡령한 법원 직원 10명이 기소돼 주범의 경우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당시 윤관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국민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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