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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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가 진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수억원대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에게만 제공하던 PB 서비스를 수천만원대 예금자에게도 점차 개방하고 있다. 또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우수 고객을 잡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금융+기술)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자산관리 인력을 늘리고 있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전통 PB 서비스는 자산관리를 넘어 자녀 진학 상담과 취미활동 지원 등 ‘라이프 컨설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3000만원 예금하면 PB 서비스 제공

고액 자산가 위주였던 PB센터의 문턱이 최근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기존 1억원 이상이던 PB 서비스 대상 고객 자산규모를 3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KEB하나은행은 이를 위해 ‘행복파트너’라는 PB 1708명을 선발해 전국 854개 지점에 배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존엔 자산이 3억원 이상이어야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1억원 이상이면 일반 영업점 ‘PWM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도 PB센터 대상 고객을 ‘자산 1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기준을 낮췄다.

외국계 은행도 마찬가지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PB 서비스 이용 대상 고객을 ‘자산 1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넓혔다. SC제일은행은 지금 당장은 부자가 아니어도 잠재성을 보유한 고객이라는 판단이 서면 P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PB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혼자 자산을 굴려도 별문제가 없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금융상품의 종류와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며 “복잡한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핀테크 활용한 자산관리 경쟁

[달려야 산다…은행권 PB 전략] 자산관리 넘어 '라이프 컨설팅'…로봇PB가 내돈 굴려준다
인공지능이 투자 자문을 하거나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발전은 PB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7월부터 태블릿PC를 이용한 종합 자산관리 상담 시스템 TWA(Total Wealth Advisor)를 PB 서비스에 적용했다. TWA는 글로벌 씨티그룹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모델 포트폴리오(투자자산 배분 예시)를 기반으로 고객의 재무 목표에 따라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자문을 의뢰한 고객이 전담 직원을 통해 태블릿PC 등에 탑재된 TWA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면 희망 수익률에 따라 국가별, 통화별, 자산 종류별로 분산해 투자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준다.

시중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 PB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인 ‘로보어드-알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목적과 기간, 목표 수익률 등 6단계의 질문을 통해 고객의 투자 성향을 진단한 뒤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준다. KEB하나은행도 3월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Cyber PB(사이버 피비)’를 오픈했다. 고객이 직접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성향과 투자 목적을 분석한 뒤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찾아가는 자산관리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이 고객을 찾아가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일부 은행에선 PB 서비스도 점포 밖을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태블릿PC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맞춤형 상담이 가능한 ‘태블릿 은퇴설계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은퇴 고객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은퇴설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PB 서비스다.

SC제일은행은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를 올해 목표로 삼았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있는 ‘뱅크샵’의 역량을 강화해 주말에도 자산관리 상담 및 투자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SC제일은행은 하반기 중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국내는 물론 싱가포르, 홍콩에 있는 SC그룹의 글로벌 투자 전문가에게 화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리모트 자산관리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리도 은행 PB센터에서

부동산 자산관리 분야에서는 PB센터가 기존 자문, 상담 역할을 벗어나 ‘종합 부동산 관리회사’로 진화했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까지 국내 대형 시중은행 PB센터들이 모두 부동산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무사, 변호사, 공인중개사 등으로 구성된 PB센터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할 만한 토지·빌딩·주택 등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해당 물건을 매매하는 게 타당한지 분석해준 뒤 매입 자금 대출과 매입 후 임대관리, 절세 컨설팅까지 해준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낡은 건물이나 나대지를 매입해 상가 및 오피스텔 등으로 개발할 경우 설계·시공관리부터 인허가까지 모두 대행해주는 부동산 개발사업 컨설팅을 제공한다. 건물주가 아예 은행에 소유권을 신탁하면 은행이 자산관리와 자녀 상속 관리를 해주는 방식도 있다. 우리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에선 해외부동산 전문가가 해외 부동산 구입과 관련한 상담을 해준다. 반대로 중국인 등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 관련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