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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 해운산업] 한진해운 선박 절반 발묶인 뒤…부랴부랴 범정부 TF 구성 '뒷북'

입력 2016-09-04 18:21:07 | 수정 2016-09-05 11:26:19 | 지면정보 2016-09-05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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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부 컨트롤타워 실종

9개부처 TF 가동…물류대란 대응책 발표
'비상계획' 장담하던 관계장관회의 석 달 허송
"한진해운 살려라"에 정부 "피해 최소화" 원론만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4일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에서 회사 관계자에게 화물 반·출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4일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에서 회사 관계자에게 화물 반·출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4일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 등 9개 부처가 참석하는 물류대란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한발 늦은 조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조속히 완화시키는 효과를 내기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류대란 범정부 대응 체계 구축

정부는 이날 범부처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 대란에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직후 해수부를 중심으로 운영해오던 ‘비상대응반’을 기재부 1차관과 해수부 차관을 공동 팀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대책TF(태스크포스)’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수출화물이 도착하는 각국 항만별로 재외공관 중심의 현지대응팀도 구성한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조속히 입항해 화물을 하역할 수 있도록 상대국 정부·터미널 등과 협의하기 위해서다. 또 한진해운은 43개국 법원에 ‘압류금지(stay order)’를 신청하고 외국에서 선박 압류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한진해운 대체선박을 9월 둘째주부터 미주 노선에 4척, 유럽노선에 9척을 투입하고 국적 선사들의 운항노선 기항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협력업체 맞춤형 금융상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산업은행은 특별대응반을 통해 한진해운 협력업체와 중소화주를 밀착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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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한 구조조정 협의체”

하지만 이날 발표한 정부 대책은 한발 늦거나 부실한 조치라는 비판이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상당수 선박의 발이 묶이고 나서야 범정부 TF를 구성한 것은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한진해운 대체선박 투입 결정도 법정관리 이전부터 준비했더라면 수출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컨테이너 박스 등을 마련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대체선박은 빨라야 8일부터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부실 대책을 낳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는 장관급 구조조정 협의체인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설립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선 이후 허둥지둥하는 모습만 보였다는 것이다.

금융위도 뒤늦게 대응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물류 혼란 해소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면 채권단도 필요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한진해운이 아니라 모기업에 자금을 융통해주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너지는 남동 항만벨트

이날 김영석 장관과 항만물류 단체가 부산에서 자리를 마주했지만 대화는 겉돌았다. 항만 물류 관련 단체는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원칙에 대한 확답을 요구한 반면 김 장관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대답만 했다.

최성호 부산항만물류협회장은 “한진해운이 사라진 이후 세계의 선박 물량이 부산항을 다시 찾게 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요한 한진해운 노조위원장은 “지금의 논의를 보면 한진해운 살리기가 아니라 사망선고 이후 시체를 처리하는 방향을 놓고 얘기하는 것 같다”며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대전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진 사태 이후 현실화하고 있는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영득 부산항만산업협회장은 “한진 사태 이후 협회 소속 20개 회사에서 약 22억원의 미수채권이 발생했다”며 “한진만 믿고 거래한 영세업체들이 줄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물류대란이 가져올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이갑준 부산상의 부회장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차질이 3개월가량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수출입 업체로선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며 “적기 납품이 안 돼 기업이 입게 될 엄청난 피해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열/부산=김해연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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