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과 대학이 함께하는 인재양성
21세기 들어 국가 간의 경쟁은 여러 측면에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군사력을 동원해 전쟁을 치르는 경우는 오히려 국지적이다. 그러나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다툼에는 모든 나라가 빠짐없이 나서고 있기에, 시장 경쟁의 치열함은 가히 전쟁과 마찬가지다. 지난 반세기 우리가 애써 쌓은 자동차, 반도체, 제철, 조선 그리고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 분야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가꾸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다음 세대를 기르는 교육, 즉 인재 양성일 것이다. 특히 인류 문명의 진보는 자동차, 전기,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의해 구동돼 왔으며 한 나라의 산업 경쟁력은 기술인력의 자질에 정비례하기에 이공계 대학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200여개의 4년제 대학이 있으며 재학생 수는 약 150만명에 이른다. 이 중 공과대학생은 38만명 그리고 이과대학생은 18만5000명이므로 전체 대학생 중 공학계가 25%, 이학계는 12%로 이를 합치면 37%에 달한다. 이와 비교해 전체 대학생 수가 약 260만명인 일본은 공학계가 15% 그리고 이학계가 3%이므로 이공계 비율은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 18%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프라임 사업 등으로 이공계 학생을 더 늘리는 정책은 좀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기초과학 전공, 즉 학자의 길을 지향하는 학생비율은 현격히 낮다. 모든 이공계 학생에게 수학과 물리 등을 가르쳐야 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학과를 설립해 그 전공자를 배출하는 일은 전혀 다른 의미임을 간과한 결과다. 여하튼 한국은 기초과학을 전공해도 그 대다수는 공대 졸업생과 다름없이 기업에 나아가 엔지니어로 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교육의 질을 나타내는 교수 1인당 대학생 수를 전체적으로 비교하면 일본은 15명이며 우리는 20명이지만, 우리의 공과대학, 이과대학은 두 분야 공히 24명 정도다. 우리나라는 초·중등 교육에서도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이미 15명 미만인데, 실험과 실습이 요구되는 이공계 대학의 경우 이런 숫자는 확실한 후진국 수준이다.

대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용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평균은 1만5000달러지만 한국은 9800달러다. 참고로 일본은 1만6800달러이고 미국은 2만6500달러에 이른다. 결국 우리 대학들 특히 이공계는 싸구려 교육으로 부실한 인력을 배출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능력에 당연히 큰 불만을 갖게 되고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시간과 경비를 다시 투입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을까.

해결책의 하나는 대학교육 단계부터 기업이 나서서 인재 육성을 함께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구의 많은 대학은 엔지니어 교육에서 한 학기의 기업 현장 경험을 졸업 요건으로 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경쟁사로 진출할 수도 있는 학생들을 위해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는 일에 부담감을 가질 수 있지만 이는 반대로 경쟁사에서 경험을 쌓은 학생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마찬가지다.

캐나다 토론토 근교에 있는 워털루대는 기업과 함께하는 소위 ‘코-업(Co-op)’ 교육으로 유명한데, 이 대학 학생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4개월간의 학교생활과 4개월간의 현장생활을 재학기간 내내 교대로 하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의 학생에게는 모두 네 번 이상, 즉 16개월 이상의 현장체험이 졸업 요건으로 돼 있다. 이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 경쟁력 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비결이다.

한 아이를 잘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이제는 미래를 가름할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는 대학과 기업 모두가 그리고 결국은 국가가 발전하는 길이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