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해야
크라우드 펀딩은 군중을 뜻하는 영어 ‘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funding’의 합성어다. 군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불특정 다수의 소액 참여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위험 분산과 유한책임 등 장점을 갖고 있어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고수익·고위험 창업기업의 자본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으로는 인디고고(Indiegogo)가 있고,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으로는 킥스타터(Kickstarter)가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미국과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텀블벅(Tumblbug) 등의 크라우드 펀딩이 있다.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규모는 2015년 기준 344억달러(약 38조3800억원)에 달한다.

초기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부족한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공익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는 형식이었다. 투자자는 수만원 또는 수십만원 등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기에 부담이 없다. 목표액과 모금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기간 내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되기 때문에 창작자는 물론 후원자들도 적극적으로 프로젝트 홍보를 돕는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성공한 제품으로 녹키(Knocki)를 들 수 있다. 벽이나 테이블 등 표면에 붙이는 무선 장치인 이 제품은 버튼만 누르면 어디에서든 조명이나 온도 등 가정의 스마트 기기를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편리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이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처음 목표였던 3만5000달러를 초과해 무려 100만달러가 넘는 돈을 지원받았다. 이렇듯 이제는 아이디어 창업 등 크라우드 펀딩의 응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공으로 영화 등 문화콘텐츠산업에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올해 1월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공모준비 절차 간소화 및 기간축소가 특징이다. 이전의 영화 ‘연평해전’이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됐다면 IBK투자증권을 통해 300여명으로부터 5억원의 자금을 모은 ‘인천상륙작전’은 처음부터 수익을 목표로 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계획됐다.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관객 500만명을 넘어서면 초과 관객 수에 따라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수익금으로 돌려주기로 돼 있다. 만일 관객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면 수익률은 최대 54.6%까지 올라간다.

이제 아이디어나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실제 창업 또는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홍보 및 수요파악 기회를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개인의 투자한도를 2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리스크관리를 위해서라지만 기업의 투자자금 확보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또 청약금액의 80% 이하만 조달할 경우 증권 발행 자체가 취소되도록 제한한 것도 좀 더 유연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제1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같은 새로운 방식에 더욱 과감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박광태 < 고려대 교수·경영학 / 한국중소기업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