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원 힐세리온 대표가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인 ‘소논’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근희  기자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가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인 ‘소논’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근희 기자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가 2011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였다. 심장이 멈춘 산모를 구급차에 태우고 다른 병원으로 급히 이동했지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산모의 상태와 뱃속 아이의 생사를 알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가 필요했지만 휴대용 기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2월, 그는 의사 가운을 벗고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개발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4년 말,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 ‘소논’을 출시했다.

류 대표는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가 있다면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기를 개발했다”며 “소논은 크기가 작아 구급차 안에서 응급상황에 쓸 수 있는 진단기기”라고 말했다.

○의사 가운 벗고 창업

의사가 만든 미니 초음파진단기…벌써 85억 유치
류 대표는 창업 전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도 많다. 1996년 아이큐 156을 공인받아 멘사 회원에 가입했다. 우주인 도전 경력도 있다.

1990년대 닷컴 붐이 일었을 때는 정보기술(IT) 회사에서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보안장비 회사를 창업했다가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문을 닫았다. 회사를 접고 33세에 들어간 곳이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이다.

공학과 의학을 모두 알기 때문에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개발을 시작하고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2년이나 걸렸다. 초음파 진단기는 주파수가 큰 음파를 몸속으로 보낸 뒤 반사된 음파로 얻어진 영상을 보여주는 기기다. 비교적 안전하고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무게가 140㎏으로 무겁고 예민하다. 작은 소음에도 오작동할 우려가 있다. 류 대표는 “초음파 진단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기술이 필요한 까다로운 장비”라며 “초음파 노이즈를 없애는 작업만 100번 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 손에 ‘쏙’ 휴대용 진단기

2014년 말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 소논이 완성됐다. 소논은 한 손에 쥐어질 정도의 크기다. 무게는 400g을 넘지 않는다. 무선으로 스마트폰과 연동돼 언제 어디서든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700만원대로 기존 초음파 진단기의 3분의 1 정도다.

출시하자마자 반응이 왔다. 지난해 초부터 판매를 시작해 올 상반기까지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30억원이 목표다. 국내 의사들에게 알리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 교육도 하고 있다. 다음달 대한외과초음파학회와 손잡고 무선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심포지엄을 연다.

해외 수출 비중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의료기기 30대를 수출했다. 최근 중국 2개 그룹에서 파트너십을 제안해 협상도 하고 있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는 교육용으로 활용하며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국내외 통신사들도 관심

시장이 움직이자 투자자도 반응했다. 벤처캐피털(VC)이 꾸준히 회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3년부터 소프트뱅크, 지엔텍, 산업은행 등에서 두 차례에 걸쳐 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달에는 인터베스트,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25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류 대표가 꿈꾸는 힐세리온의 최종 목표는 모바일 헬스케어 1등 기업이다. 류 대표는 “초음파 진단뿐 아니라 혈당 혈압 심전도 등을 측정하는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고 의료 정보를 저장해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외 통신회사들이 우리 회사의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