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비(非)금융 출자회사 가운데 81개 중소·벤처기업 보유주식 전체를 하나로 묶어 패키지로 매각하기로 했다. 신속한 매각을 위해 장부가액 이상으로 팔아야 한다는 원칙도 포기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관리부실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매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산업은행, 81개 비금융 출자사 묶어 통매각 한다
산업은행은 30일 이사회를 열어 비금융 출자회사인 중소·벤처기업 주식에 대한 패키지 매각 계획을 의결했다. 132개 비금융 출자회사 중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32개사와 개별 매각을 추진 중인 10개사, 매각이 완료된 9개사 등을 제외한 81개 중소·벤처기업이 패키지 매각 대상이다. 대우조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GM, 동부제철 등 구조조정을 위해 출자전환 방식으로 보유한 자회사는 개별 매각을 위해 이번 패키지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등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중소·벤처기업도 따로 매각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 출자회사에 대한 적극적 매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 관리 능력 부족 등으로 대우조선 등에서 잇따라 부실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81개 중소·벤처 자회사의 주식을 한데 묶어 팔기로 한 것은 개별 매각하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은 “지분율이 매우 낮아 개별 매각이 쉽지 않은 곳도 많다”며 “효율적인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PEF) 등에 통째로 넘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장부가액 이상으로 자회사를 팔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면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시장가치 매각을 원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낮더라도 매각하겠다는 의미다. 매각 대상 중소·벤처기업 주식가치에 대한 회계자문사의 평가액 합계액으로 팔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다음달 초 회계 및 법률자문사 각 1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10월 중 매각공고를 할 방침이다.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매각한다.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있어야 입찰이 성립된다. 산업은행은 2회 유찰 시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공정한 진행을 위해 패키지 매각의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 전 민간위원 위주로 구성된 출자회사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또 대우증권 패키지 매각 경험을 보유한 금융자회사 매각 실무추진단을 출자회사 매각 실무추진단으로 확대·개편해 운용하기로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