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재미있게 사는 게 사치? 요즘 같은 시대엔 경쟁력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 ‘창조’라는 개념을 대다수 사람이 다소 생경하고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마도 사회 전반에 작동하는 암기, 수용, 답습, 반복과 같은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길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를 읽다 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던 ‘창의’ ‘창조’라는 개념이 생활 속 재미있는 발상과 상상력에서 비롯되며 이 또한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리에이터들의 발명품인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접이식 자전거’ 등이 이를 말해준다.

이 책은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 중인 저자가 2009년 영국으로 뒤늦은 유학을 떠나면서 세계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 불굴의 혁신가 제임스 다이슨, 영국 산업디자인의 거장 케네스 그레인지, 건축계의 여성 파워 어맨다 레베트 등 영국을 거점으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 17명의 삶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그들이 어떤 열정과 태도로 삶을 혁신하고 세상을 바꿔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창의적인 역량, 예술적인 영감과 혜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재미있게 사는 게 사치? 요즘 같은 시대엔 경쟁력
여기 소개된 인물들의 인생은 모두 제각각이다. 제임스 다이슨은 성공신화의 주인공답게 부침 많은 인생을 겪었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하기까지 5127개의 실패한 제품을 만들었고 빚더미에서 허우적댔다. 사이클 선수였던 폴 스미스는 10대 때 겪은 사고로 인해, 우연한 계기로 패션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특색 있는 일상용품을 디자인하는 토르트 본체와 과학자의 면모를 지닌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는 의심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반면 스트라이다 자전거의 발명가 마크 샌더스는 사회에 발을 내디디고 나서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안의 감각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여 자기만의 인생을 꾸렸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조차도 사치스럽다고 여겨질 만큼 마음의 여유를 잃고 사는 현대인에게 무엇을 위해 살며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지 묻는다. 인생과 일에 대해 고민해야 할 부분과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사람은 다들 좋아하는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추구한다. 하지만 만만찮은 현실 때문에 포기하거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이들에게 크리에이터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휘둘리지 않고 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면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창의성은 이제 삶의 주요한 요소다. 미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자 원천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다양한 ‘꿈’과 ‘끼’를 실현할 수 있는 열린 사회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성연 지음, 열림원, 336쪽, 1만9800원)

이명하 < 서울 동작도서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