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하나·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5대 금융회사 사외이사 가운데 80%가량인 26명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여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맞물려 대거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금융회사 CEO와 금융공기업 기관장들도 다음달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줄줄이 임기가 끝난다. 이달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CEO 후보 추천 등에 대한 사외이사 권한을 크게 강화했다.
금융권 사외이사 '물갈이 큰 장' 선다
사외이사 줄줄이 임기 만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KB·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사외이사 33명 중 26명(78.7%)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7월까지 금융회사에 적용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최초 임기 2년을 채우거나 연임 임기(1년 단위)가 끝나는 사외이사들이다. 사외이사는 새로 시행된 지배구조법에 따라 최장 6년까지 연임할 수 있지만 상당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사외이사 6명 중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로,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과점주주 방식 지분매각이 성공하면 4~7개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1명씩 새로 추천하게 되기 때문이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지난 22일 우리은행 매각방안 발표에서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일시적으로 사외이사 수가 많아지겠지만 기존 사외이사들은 임기가 끝나는 대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우 회장 후임 인선을 앞두고 있는 신한금융도 사외이사 9명 중 6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이상경 사외이사(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는 지난달까지 금융회사에 적용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임기 5년을 채워 물러나야 하지만 새 지배구조법은 최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렸기 때문에 1년 연임도 가능하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8명 중 7명, 농협금융은 4명 중 3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전원(6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2014년 KB금융 경영진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존 사외이사들이 모두 물러나면서 2015년 3월 한꺼번에 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새 지배구조법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사외이사에 대해 자회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했다. 이 조항이 사외이사 연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외이사 입김, 일반 회사보다 세

새 지배구조법은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도 강화했다. 특정 금융회사와 총매출 10% 이상 단일계약 체결 등 주요 거래 관계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은 해당 금융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했다. 특정 법인과 금융회사의 유착을 막기 위한 장치다. 사외이사 결격 요건에 더해 전문 요건으로 ‘금융·경제·경영·법률·회계·소비자보호·정보기술 등 분야에서 연구·조사 또는 근무한 경력’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종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외이사를 찾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사외이사의 권한이 크게 강화돼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이사회 의장은 반드시 사외이사 중에서 매년 선임하도록 했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이끌며 모든 주주총회 승인 사항과 대표이사 선임·해임 등을 의결한다. 금융회사 경영목표 및 평가, 예·결산, CEO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 정책 수립 등도 이사회 의결 사항이다.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연봉도 일반 회사보다는 높은 편이다. 주요 금융회사 사외이사 연봉은 보통 5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인이 없는 금융회사에선 사외이사의 입김이 일반 회사보다 센 편이라 금융회사 사외이사 자리를 노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