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15년간 일조권 '한우물'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대표변호사
공사 도중 설계를 변경해 지상 25층에서 30층으로 고도를 높여 재건축하려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A아파트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공사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웃 아파트 주민의 ‘일조권’을 침해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 햇볕을 쬐는 것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에서 햇볕을 받아 쬘 권리인 일조권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A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의 이승태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사진)는 “인근 주민의 일조권에 대한 배려 없이 아파트가 건축된다면 진행 중인 공사도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 판결”이라며 “침체한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아파트 재건축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건설사가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1년 일조권 관련 사건을 수임하면서 일조권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이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을 모두 다루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변호사 생활 10년차가 되던 시기에 고민 끝에 전문성을 키우자고 결심하고 공부와 유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가 지금까지 승소한 일조권 관련 사건만 해도 250건이 넘는다. 2013년에는 강남의 한 고등학교를 대리해 학습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인근 대형 아파트 단지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공사금지가처분소송을 제기해 인용 결정을 받고 조정안을 이끌어냈다.

이 변호사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경주로 관리를 위해 뿌려온 소금으로 지하수가 오염돼 피해를 본 인근 화훼농가에 한국마사회가 8억9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그의 작품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 1월 기존에 몸담고 있던 법무법인을 나와 도시와 사람을 세웠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조권을 비롯한 각종 건축 및 도시계획 이슈와 더 나아가 환경 문제로 차별화된 전문 로펌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소속 변호사는 아직 다섯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김일희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와 같이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도시환경 분야에 관해 내로라하는 전문성을 자랑한다.

15년을 내다보고 일조권 분야라는 한 우물만 파왔다는 이 변호사는 도시와 사람을 ‘도시계획 전문 종합 컨설팅 로펌’으로 키울 계획이다. 컨소시엄과 건설 금융을 아우르는 전문 로펌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국내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투자자 또한 눈여겨보고 있다”며 “이른바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전문 분야 없이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도태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