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브레인이 없다] 일본 '1억총활약상' 같은 조직 못 만드는 한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7일 내각에 ‘1억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저출산 대책을 전담하는 특명 장관이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을 1.4명에서 1.8명으로 올려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핵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부 부장관을 앉혀 힘을 실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이 저출산, 고령화, 노동개혁 등 중장기 과제를 책임지는 장관과 관련 조직을 내각에 여럿 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에도 ‘일하는 방식 개혁 담당상’을 새로 만들어 근로자의 휴가 소진율 향상 등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도록 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는 신임하는 최측근을 특명 장관에 임명함과 동시에 정책 목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다”며 “특명 장관에게 책임을 지우는 동시에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다르다. 국가 차원의 중요한 중장기 과제만 전담하는 정부 부처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문제에 손을 대고 있지만 담당 조직은 출산정책과 등 세 개 과에 불과하다.

주요 과제에 대응하는 ‘위원회’ 조직은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위원장이 민간인이거나, 각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심의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정책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위원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탁상공론만 할 뿐이고 공무원들은 책임을 안 지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없어진 ‘특임 장관’ 제도를 살리고 일본 내각을 벤치마킹해 역할을 구체화·내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 교수는 “저출산 대책 등 중장기 핵심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혁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