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이너스 금리가 초래할 재앙에 대한 경고음들
세계 금융시장의 파국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중앙은행) 의장은 어제 “현 수준의 금리가 지속된다고 볼 수 없으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달에는 채권시장의 거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도 엊그제 공개된 2분기 주주서한에서 “글로벌 채권시장은 이미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사상 최대 규모의 거품이 순식간에 붕괴하면 엄청난 여파를 몰고올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싱어 회장은 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극단적 자신감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도 내비쳤다. 마치 지구촌에 금융 위기 경보가 내려지는 느낌이다.

세계 채권시장에선 지금 마이너스 금리가 대세다. 어제 일본 국채금리(10년물)는 연 -0.09%를 기록했다. 5개월째 마이너스다. 독일 금리도 연 -0.07%에서 움직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에서 움직이는 채권 규모만 13조달러대라 한다. ECB나 일본 등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국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채권 가격은 너무 올랐고 금리는 마이너스다. 모두 ‘채권버블’을 걱정하면서도 폭탄 돌리기처럼 채권에 돈이 몰린다. 이러다 채권 가격이 한 번 붕괴하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채권 가격이 내리면) 투자자 손실은 무려 1조달러 규모에 달한다. 안전한 자산의 심벌이던 국채가 위험 자산으로 둔갑한다. 머지않아 채권 덤핑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도 있다.

물론 채권시장만이 아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시장도 거품이 쌓이고 있다. 은행들은 수익이 줄고 있는데도 현금을 은행에 쌓아두려 한다. 유동성을 늘렸지만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의 원천인 투자를 꺼리고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의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은 우연찮게도 마이너스 금리가 만들어냈다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령층의 연금수입이 줄어들면서 소비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4개월째 마이너스다. 물가를 2%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오히려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모두 금융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로 빚어진 현상들이다. 각국 정부가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화폐는 항상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철칙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효과에 눈먼 개입주의적 정책이 가져온 풍경이다. 채무자가 이자를 받는 기현상은 정상적이지 않다. 경제학도 답이 없다. 이래저래 세계 통화당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