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인 한온시스템(옛 한라공조)에 “자동차 공조사업부문을 인수하지 않으면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해 사업부를 매각한 혐의로 전 대진유니텍 사장이 검찰에 기소됐다. 한온시스템 협력업체인 대진유니텍이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현대자동차도 연쇄적으로 생산이 중단된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8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부품 납품을 중단하겠다며 한온시스템을 협박해 생산라인 중 자동차공조사업부를 1300억원에 인수하게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로 전 대진유니텍 사장 송모씨 등을 지난달 말 불구속 기소했다. 송씨는 한온시스템이 품질을 문제 삼아 납품 물량을 축소하자 지난 4월 부품 생산을 멈추고 공장을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온시스템에 “해당 사업부를 1300억원에 인수하지 않으면 생산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생산라인 가동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협력업체가 납품을 멈추면 완성차의 생산도 연쇄적으로 중단되는 ‘직서열’ 생산방식 때문이다.

피해가 커지자 한온시스템은 대진유니텍 자동차공조사업부를 1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인수대금 1200억원을 송씨에게 지급했다. 동시에 송씨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인수가격을 송씨가 일방적으로 정했고,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 때문에 실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인수했다는 것이다. 한온시스템은 지급한 인수대금 1200억원에 대한 가압류 결정도 법원에서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대진유니텍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검찰이 송씨 등을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알려져 재판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은 회사 인수 경위와 인과관계, 인수가격의 적정성 등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 측은 한온시스템의 일방적인 납품 물량 축소가 발단이 됐고, 회사 인수는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