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찬 티샷 > 박인비가 리우 바하의 올림픽골프코스 에서 지난 17일 열린 여자골프 1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힘찬 티샷 > 박인비가 리우 바하의 올림픽골프코스 에서 지난 17일 열린 여자골프 1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선수들은 원래 저래요?”

[이관우 기자의 여기는 리우!] 여자골프 인기폭발…'판타스틱4'는 어떤 스타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대회가 열린 바하의 올림픽골프코스(파71·6245야드). 18일(한국시간) 여자골프 1라운드를 취재하던 스페인 기자 제라드가 옆구리를 툭툭 치며 물었다.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17번홀에서 캐디 데이비드 존스에게 두 손으로 퍼터를 건넨 것이다. “연장자를 대하는 한국식 예의”라고 설명하자 그는 “굿!”이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복귀한 여자골프에서 한국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현지인의 화제 1순위였다. 예의 바른 전인지는 ‘호기심 대장’으로 불렸다. 궁금한 건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리우에 온 뒤로는 ‘핀 트레이드’에 빠졌다. 목걸이 출입증 줄에는 다른 나라 선수와 맞교환한 올림픽 기념핀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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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많아 기자들에게 질문도 한다. 1언더파 19위로 1라운드를 마친 그는 기자회견에서 “116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복귀했다던데 맞나요?”라고 물었다. 겁많은 듯한 큰 눈을 가졌지만 배짱이 두둑하다. 1m가 넘는 대형 들쥐 ‘카피바라’를 맞닥뜨렸을 때 도망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든 ‘강심장’이다.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별명은 ‘침묵의 암살자’만이 아니다. ‘박 장군’으로도 불린다. 이날 김세영(23·미래에셋)과 함께 공동 2위(5언더파)로 경기를 마치자 외국 방송사 세 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 과정을 모두 ‘차렷 자세’ 스타일로 소화했다. 그의 답변에는 ‘결사항전’을 다짐한 무사의 결연함이 느껴졌다.

이날 외국 기자들에게 한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경기한다는 게 영광이다. 꼭 보답하고 싶다.” 의사표시는 늘 단호하다. 손가락 부상은 어떠냐고 한 외국 기자가 묻자 “이제 그런 질문 그만해달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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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은 ‘유쾌한 개구쟁이’다. 어디선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면 십중팔구 김세영이다. ‘천적’이나 마찬가지인 에리야 쭈타누깐에게 먼저 말을 건 것도 그다. 첫날 함께 티오프한 김세영은 쭈타누깐에게 “어머님은 잘 계시냐? 같이 다니던 언니 모리야는 왜 안 보이냐?” 등 안부를 물었다. 쭈타누깐에 대한 평가도 ‘쿨’했다. 올림픽 첫 장타대결이 어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포기했어요. 걔(쭈타누깐)는 완전 다른 세계에 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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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둘째 양희영(27·PNS창호)은 ‘착순이’다. 말수가 별로 없고 뭘 물어도 착하게 답해서다. “네 명 중 아무나 한 명이 대답하면 된다”며 질문하면 먼저 마이크를 드는 법이 없다. 이날 2오버파 공동 39위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연습그린으로 달려갔다. “다 나 때문”이라는 그의 책임감과 부지런함이 배어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여리다. 그는 “부모님과 통화를 했느냐”고 묻자 눈물부터 글썽였다. 그의 아버지 양준모 씨는 카누 국가대표 출신이다. 어머니 장선희 씨도 투창 국가대표를 지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