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공세도 이겨냈는데…가구업계 수익성 '빨간불'
가구업체 까사미아는 유가증권시장에 이달 상장한다는 계획을 최근 접었다. 기업 가치가 당초 기대한 것 이하로 나왔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까사미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1204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7.1% 감소한 117억원에 그쳤다.

까사미아 상장 주관사 측은 투자설명서에 “경쟁회사들이 작년부터 가격 인하 전략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값을 낮췄다”며 “까사미아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할인 행사를 벌여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에넥스 영업이익 67% 감소

이케아 공세도 이겨냈는데…가구업계 수익성 '빨간불'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까사미아 등 주요 가구업체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매출은 느는 데 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해서다.

현대리바트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7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09억원)보다 1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도 비슷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8521억원으로 10.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0.2% 감소한

596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영업이익 대비 10% 넘게 적은 ‘어닝 쇼크’였다.

에넥스의 영업이익은 3분의 1토막 났다. 작년 상반기 62억원이던 것이 올 상반기엔 20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26억원에서 1865억원으로 약 14% 증가했다.

주택 거래량 줄자 ‘판촉 경쟁’

가구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주택 매매량 감소가 촉발했다.

국내 주택 문화 특성상 이사를 해야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가구를 많이 산다. 주택 거래량이 많을수록 가구산업이 활황인 이유다. ‘가구 공룡’ 이케아가 2014년 초 한국에 들어온 이후 국내 가구업체가 버틸 수 있던 힘도 주택 거래량에 있었다. 2013년 100만호를 밑돌던 주택 거래량은 2014년 110만호를 넘었고, 작년엔 120만호까지 돌파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이 추세가 하락 반전하면서 업황이 꺾이기 시작했다.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4% 급감한 것이다.

다 급해진 가구업체들은 할인 공세에 들어갔다.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해 대형 업체가 할인을 주도했다. 한샘은 올 들어 기존 4개로 나뉘어 있던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한 뒤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했다. 2위 현대리바트 또한 월별로 콘셉트를 달리하며 ‘통 큰’ 세일에 나섰다. 까사미아 등 후발주자도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여기에 대응했다. 올 상반기 내내 경쟁적인 할인 행사가 벌어진 이유다. 지금도 한샘 현대리바트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선 여름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당분간 수익성 회복 어려울 듯”

가구업체의 수익성이 당분간 대폭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가격 인하와 신규 출점 등 투자비용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 위축과 맞물려 가구업체의 이익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