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애플뮤직이 한국에서 출시됐지만 소비자로부터 아직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음악서비스 앱(응용프로그램) 사용자로서는 한국 대중음악(K팝) 음원이 적은 데다 가격 경쟁력, 편의성 등에서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뮤직, 3개월 무료 공세에도 '찻잔속 태풍'
16일 모바일 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8월8~14일 애플뮤직 사용자는 6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91만명이 사용한 음악 앱 서비스 1위 멜론의 2%에 불과했다. 멜론의 뒤를 이어 KT뮤직의 지니(96만명), 네이버뮤직(66만명), 벅스(63만명), 비트(61만명), 카카오뮤직(59만명), 엠넷(52만명) 순이었다. 와이즈앱의 이번 발표는 전국 1만9846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조사한 결과다. 업계는 애플뮤직이 출시된 지 불과 열흘이 지났을 뿐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사용자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뮤직은 3800만곡에 달하는 방대한 음원과 사용자 취향에 맞게 음악을 선택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애플의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즈를 한국에서는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애플뮤직의 한국 상륙을 바라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애플이 애플뮤직을 한국에서 출시하면서 한 달 이용권 가격을 미국보다 2달러 낮춘 7.99달러로 책정한 것도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뚜껑을 열고 보니 아직 한국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부족한 K팝 음원, 사용 편의성, 가격 경쟁력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애플뮤직에는 세계 음악 앱 중 가장 많은 3800만곡에 달하는 음원이 들어있지만 한국 유명 가수의 음악은 많지 않다. 국내 1위 음악 앱 멜론에 비해 K팝 음원은 2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편의성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했지만 미리 선택한 취향을 분석할 뿐 개별 사용자 음악 리스트를 분석한 추천 서비스는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다. 등록 과정에서 카드 결제만 가능한 것도 휴대폰 소액 결제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이용해 온 국내 소비자에게는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3개월간 무료 이용 후 매월 7.99달러씩 결제되는 단일 상품 구성(가족은 11.99달러)도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음악 앱들은 월 8000원 안팎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 소비자를 위한 라이트 상품도 출시했다. 예를 들어 월 5000원 수준이면 무제한 스트리밍과 월 30곡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차양명 와이즈앱 대표는 “기존 아이튠즈를 국내에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애플뮤직 출시를 기다린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소비자 반응은 크지 않다”며 “한국인이 많이 듣는 K팝 음원 확보와 맞춤형 서비스, 이용 편의성 개선 등에 따라 흥행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