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에서 출발해 OK저축은행 수장된 정길호 대표
“저축은행 일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 예전 은행에서 일할 때와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요.” 지난달 27일 취임한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50·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옛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에서 금융 실무를 익혔다는 그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소상공인을 ‘찾아가는 영업’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의 첫 직장은 한미은행으로 인사부에서 일했다. 정 대표는 “은행을 떠난 뒤 왓슨와야트코리아 컨설턴트를 거쳐 휴먼컨설팅그룹(HCG) 부사장으로 있을 때 컨설팅을 하면서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최 회장은 OK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러시앤캐시 등을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컨설팅 때면 보통 실무자들이 질문하는데,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최 회장이 실무자 못지않게 날카롭고 많은 질문을 던져 ‘보통 사람이 아니다’는 생각과 함께 인간적 호감을 가졌다”고 전했다. 정 대표를 눈여겨본 것은 최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정 대표가 HCG 부사장에서 물러났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임원 자리를 제안했다. 당시 아프로서비스그룹 임직원 사이에선 “정 대표 같은 사람이 우리 회사에 오려고 하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다.

정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고 했다. 그는 “최 회장이 ‘우리는 소비자금융을 하는 회사인데, 왜 대부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보면서 회사와 오너에 대한 신뢰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리고 “종합 금융회사를 지향하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성장성을 믿었다”고 말했다.

2010년 아프로서비스그룹에 입사한 뒤엔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OK저축은행 소비자금융본부장 등을 지냈다. 스포츠에 대한 높은 관심 덕에 OK저축은행·러시앤캐시 배구단장을 맡기도 했다. 입사 6년 만에 OK저축은행 대표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이 2014년 7월 OK저축은행 출범 후 줄곧 맡아온 자리다.

정 대표의 목표는 자산규모 2위인 OK저축은행을 1위로 끌어올리면서 자산건전성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데 있다. 단기간에 저축은행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한 비결인 서비스 혁신도 주도할 방침이다. 그는 “무조건 고객과 자산을 늘린다고 해서 좋은 금융사라고 할 수 없다”며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통해 우량한 저축은행의 대표 모델로 떠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도 획일화된 상품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소비자 신용도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