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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인세 정상화, 세율 인하에서 찾아야

입력 2016-08-15 17:32:58 | 수정 2016-08-16 04:23:40 | 지면정보 2016-08-16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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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가 법인세수 91% 부담
최고세율 인상은 조세원칙 역행
주요국 법인세율 인하 주목해야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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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를 ‘정상화’하자는 야당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분에 대해 25%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구간을 신설해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야당이 주장하는 정상화 내용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해 왔다. 김영삼 정부 때 6%포인트, 김대중 정부 때 1%포인트, 노무현 정부 때도 2%포인트 인하했다. 이명박 정부 때 인하한 법인세율만 잘못됐다고 문제 삼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세율인상이 정상화라니 생뚱맞다.

야당은 법인세율을 인하해도 투자는 늘지 않고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양극화만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에 비해 세율이 낮다는 점을 법인세율 인상의 근거로 내세운다. 법인세율 3%포인트 인하로 줄어든 세수입은 연간 3조1000억~3조6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최저한세율 인상,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등으로 연간 4조~5조원의 세수입이 증가했다. 세율인하 전보다 대기업의 세부담은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의 비과세감면 제도 자체가 중소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은 법인세 100원을 내면 19원을 공제받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100원을 납부하면 24원을 공제받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의 공제율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비과세감면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법인세수의 91%를 상위 10%가 부담하고 있다.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법인의 비중은 4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세율을 인상하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에 역행해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새 과세구간을 신설하는 것도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다. 과세구간을 나누고 차등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대기업 주주는 부자이고 중소기업 주주는 가난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약 20%인 데 비해 비상장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100%에 달할 정도로 기업규모가 작아질수록 대주주 지분율은 높아진다. 새로운 과세구간을 신설하고 높은 세율로 과세하면 대기업 소액주주의 세부담이 중소기업 대주주의 세부담보다 높아져 수직적 형평성을 나빠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보다 법인세율이 낮아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리적이지 않다. 기업은 시장규모, 규제수준, 노동의 유연성, 법인세부담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투자지역을 결정한다. 따라서 모든 나라는 경제·사회·정치 환경뿐만 아니라 국가 간 법인세율 격차에 따른 자본유출입의 민감도를 고려해 법인세율의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영국, 일본, 캐나다,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큰 폭으로 인하해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보다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는 이유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한국은 투자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율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입의 탄력성도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한다. 따라서 법인세 정상화는 오히려 세율인하에서 찾아야 한다.

법인세 인상으로 현재와 같이 빠르게 증가하는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제시한 복지 공약만 봐도 연간 23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2040년이 되면 연간 100조원이 넘는 돈이 든다. 복지제도의 재구조화를 통해 복지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나라살림의 씀씀이를 줄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도 증세가 필요하다면 법인세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법인세 정상화를 기대한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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